[단독] ‘LCC 허브 부산’ 그땐 맞고 이젠 아니라는 국토부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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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허브는 지방공항에 구축”
2020년 관계부처 회의 때 명시
최근 질의에 “항공사 자율 사안”
“인천 허브” 대한항공에 힘 실어
지역 항공사 소멸 현실화 우려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 계류장에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 계류장에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산일보DB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진에어가 통합되는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 부산 유치와 관련, 정부가 “항공사 자율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 통합 추진 발표 당시 LCC 허브(모항)에 대해 “사실상 부산밖에 없다”던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에 책임을 떠넘기며 부산의 ‘뒷통수’를 친 셈이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통합 LCC 허브는 인천”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국토부까지 대한항공 손을 들어줘 부산의 ‘지역 항공사 소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LCC 허브’ 정책 관련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허브공항은 항공사업법령에 따른 개념이 아니다'면서 '해당 항공사가 경영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당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LCC 3사 통합과 통합 LCC 모항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던 데서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통합 LCC 본사를 지방에 두겠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공식 방침이었다. 2020년 11월 16일 경제부총리 주재 ‘산업경쟁력강화회의’에서 산업은행이 보고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LCC 자회사의 통합 방안에는 지방공항 LCC 허브 구축 내용이 포함됐다. 산업은행은 'LCC 3사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발, 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강조했다.

더구나 국토부는 LCC 허브가 부산이 될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국토부는 두 항공사 합병 발표 당시 브리핑에서 “3개의 LCC는 1개 회사로 통합되지만 현재 에어부산이 진에어보다 기단과 노선 수가 더 많다”며 “통합 LCC는 지방공항 베이스로 영업을 하게 될 것이며 그 공항은 사실상 부산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부산 시민과 부산 정치권이 LCC 통합본사가 부산에 올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 근거였다.

그러나 이번에 국토부가 통합 LCC 허브공항에 대해 “항공사 자율”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가 통합 LCC 허브공항 부산 유치에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 허브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외신 인터뷰를 통해 LCC 허브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발언 이후 통합 LCC 본사 유치에 대해 부산에서 우려가 쏟아졌지만 정부는 물론 지역 정치권도 침묵했다.

결국 정부가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지역 항공사 소멸’ 우려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이 LCC 3사를 ‘진에어’로 통합하고 인천에 본사를 두면 김해공항은 진에어의 운항 공항 가운데 하나로 바뀐다. 일본 간사이공항처럼 ‘LCC 모항’으로 공항을 활성화하겠다는 지방공항 활성화 전략도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 분리 매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 부실로 인해 대한항공 인수 대상에 올랐지만 최근 폭발적인 항공 수요 덕분에 ‘독자 생존’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시기에 ‘생존’을 위해 통합 LCC 모델이 제시됐지만 독자 생존이 가능한 만큼 지역 항공사를 소멸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최근 일본노선 호황으로 영업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면서 “독자 매각에 나설 경우 대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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