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택 “엑스포는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할 부산의 마지막 기회”[부산엑스포 지지합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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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지지합니다] 4.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산업 체질 바꿀 화끈한 처방전
젊은이 몰려드는 전환점 될 것
사우디에 대항할 무기는 인프라
초반의 의구심이 이젠 확신으로
분열된 지역 정치권엔 분발 당부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활동 초기부터 발 벗고 나선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엑스포는 산업 체질 개선에 실패한 부산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재찬 기자 chan@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활동 초기부터 발 벗고 나선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엑스포는 산업 체질 개선에 실패한 부산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재찬 기자 chan@

“산업 체질 개선에 실패한 부산의 마지막 기회는 바로 2030월드엑스포입니다.”

부산 상공계 원로인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엑스포 유치 활동 초기부터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나섰다. 회사 경영만으로도 바쁜 신 회장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란 직함을 받아 든 건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신 회장은 2030부산월드엑스포는 "부산 시민 모두가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을 둘러봐도 해양 도시 중 부산만큼 소외당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쟁 도시였던 인천은 기계장비업계와 건설업계가 몰려들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신 회장의 안타까움은 더 크다.

물론, 신 회장도 유치 활동 초기에는 ‘과연 우리가 등록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판도는 달라졌다. 신 회장은 “처음에는 사우디가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나면서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지게 됐다”며 “그 후로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세계를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오일 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항할 부산의 무기로 신 회장은 ‘인프라’를 꼽는다. K팝으로 통칭되는 문화의 저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당장 엑스포 개최지가 될 북항만 해도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갖춘 빼어난 입지가 리야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엑스포유치위원회 등 실무진의 헌신적인 유치 활동이 보태져 최근 판세는 박빙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신 회장은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당초 7 대 3 수준으로 앞선다고 했지만, 이제 경합 비율은 5 대 5 수준으로 맞춰졌다”며 “물론 4월 실사단을 맞는 일이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까지 나서 국가적인 총력을 다하고 있으니 든든하다”고 감탄했다.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범국가적인 역량이 투입된 건 신 회장처럼 초창기부터 유치 활동을 해 온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 회장은 올해 76세의 고령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유치 활동을 벌인 그의 행보에 가족의 걱정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부산 발전에 남은 힘을 보태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덕신공항 없이는 엑스포가 성공할 수 없고, 엑스포 없이는 가덕신공항의 빠른 진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부산에서 기업 활동을 해 왔지만 학교는 대구에서 나왔다. 그래서 가덕신공항 건립에 앞장설 때부터 대구 지인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며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손주들이 살아야 할 곳은 부산이고 엑스포와 신공항이 있어야 부산이 살아날 테니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신 회장은 세대마다 견해차이야 있겠지만,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부산에 젊은이가 몰려드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부가가치의 신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지 못한 후유증을 겪는 부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기회가 월드엑스포라는 의미다.

신 회장은 “1980년대까지 합판과 신발, 섬유로 고도 성장하던 부산은 성장억제도시로 묶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산업으로 빨리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지금까지 한으로 남았다”며 “조선기자재는 설비 부피가 커지면서 중국과 베트남으로 떠났다. 사시사철 해풍이 부는 바다 때문에 전자나 IT업계는 부산을 꺼렸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그는 2030부산월드엑스포는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부산의 체질 개선을 위한 화끈한 처방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만, 신 회장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역 정치권의 역할과 활동이다. 그는 “부산의 국회의원이 모두 똘똘 뭉쳐서 엑스포 유치를 도와야 할 판인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당장 신공항 하나만 놓고 봐도 대구에 밀리고 있다”며 “유독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초선이 많이 당선된 것이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던 시절만 해도 행사장에 가면 항상 ‘400만 부산시민 여러분’이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지금은 330만 명을 겨우 웃도는 게 부산의 인구”라며 “엑스포와 신공항이라는 자산을 부산의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당장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할 것”이라며 웃었다.

신 회장은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함께 신공항 유치 운동을 벌여 온 부산의 또 다른 원로인 서의택 동명문화학원 이사장을 선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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