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지질조사 미흡… 뒤늦게 발견한 연약지반이 사고 불렀다 [대심도 붕괴 사고]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시 ‘토목학회 자문’ 브리핑

연약지반 충분한 검토 없이 공사
대심도 100m 간격 사전 조사
일반 현장 비해 배 가까이 넓어
토양 분석 촘촘하게 못 해
시내 대규모 지하공사 대상
안전사고 예방 대책 강화해야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발생한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토사 붕괴 사고와 관련해 2일 오전 부산 동래구 공사현장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발생한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토사 붕괴 사고와 관련해 2일 오전 부산 동래구 공사현장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시내에서 진행된 도로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진 대심도 붕괴 사고(부산일보 2일 자 1면 보도 등)에 대한 전문가 분석 결과, 착공 이전에 시행된 사전 조사 과정에서 지질조사가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사상~해운대 지하고속도로 등 시내에서 대규모 공사가 예정된 만큼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는 2일 오전 11시 동래구 온천동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현장에서 ‘대심도 공사 토사유출에 대한 토목학회 현장자문 결과 설명’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브리핑에는 심성태 부산시건설본부장과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소속 토목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사 중 발견된 연약지반을 꼽았다. 공사 설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전 조사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연약지반이 현장에서 발견됐고, 연약지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탓에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는 분석이다. 브리핑에 참석한 전문가는 “본래 아주 견고한 지반으로 생각하고 공사를 진행했지만 갑작스럽게 한 부분에서 취약한 토사가 발견돼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대심도 공사와 같이 시내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할 때 지반 사전 조사가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목학회 측은 일반적인 공사에서는 토양 분석을 위한 사전 조사가 50~60m 간격으로 이뤄지지만 시내에서 이뤄지는 대심도 공사의 경우 이보다 넓은 약 100m 간격으로 사전 조사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조사 간격이 넓다 보니 사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서 연약한 지반 환경이 발견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터널 굴착 작업을 할 때는 지하수가 나오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지층 변화가 많기 때문에 사전 조사에서 지층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대심도 공사의 경우 위에 건물도 있고, 도로도 있어 함부로 다 조사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경우는 그런 부분을 피해서 하다 보니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 특별한 지층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사고에서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향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등 대규모 공사가 예정된 만큼 사전 조사 강화 등 구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GS건설 컨소시엄을 사상~해운대고속도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는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과 동부의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 간 22.8km를 연결하는 도로로 총 2조 18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건설에는 5년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선진 시추’와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진 시추는 지층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지층 성질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임 교수는 “선진 시추 방식으로 지층을 분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비용 문제로 업체들이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는 사고 수습과 관련해 보강공사를 진행하는 한편 약 2주간 지층의 상태를 살펴본 뒤 도시철도 운행 속도 등을 조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성태 부산시건설본부장은 “쏟아져 내린 흙을 걷어 내는 것보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보강작업을 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