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1곳 땅 주인만 25명” 차익 노린 ‘쪼개기’에도 부산시 뒷짐 [난개발 위기 영도 워터프런트]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난개발 위기 영도 워터프런트] 상. 조각난 2만 평

시, 청학동에 해양신산업 단지
사업 핵심부지 내 옛 송강중공업
지주 25명으로 지분 나눠 갖기
수익성 노린 개발 압력 불 보듯
시 산업 인프라 구상에도 차질
난개발 막을 관리계획 급선무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스트벨트 사업 대상지 중 영도구 동삼동 일대. 정종회 기자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스트벨트 사업 대상지 중 영도구 동삼동 일대. 정종회 기자

‘부산의 마지막 워터프런트’ 영도구 동삼동~청학동 일대 해안공업지역은 과거 대한민국의 조선산업 1번지로 불린 유서 깊은 곳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력산업인 조선업 침체로 쇠락한 공장 지대가 됐지만,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이 한창인 지금 이 일대는 북항 재개발과 함께 원도심을 부흥시킬 잠재적인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시 역시 영도구 해안공업지역 활성화를 위해 이곳을 ‘해양 신산업 부스트벨트’라 명명하고, 2019년부터 국토교통부와 함께 ‘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축이 돼 부스트벨트 사업지에 한국타이어 부산물류센터 8만 7737㎡(약 2만 6540평)를 해양신산업의 거점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부스트벨트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시의 계획과 관리 부재로 부스트벨트 사업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가 난개발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든지 해양 신산업 거점으로 개발하겠다는 시의 의도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서다. 실제 시가 법정 도시관리계획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부스트벨트 사업지 내 일부 사유지는 대형 카페 등으로 개발됐다. 부스트벨트 사업 본격화 이후 3년 4개월이 넘도록 투기성 지분 쪼개기를 막을 길은 여전히 없다.


■2만 평 땅, 어떻게 쪼개졌나

〈부산일보〉 취재진 확인 결과, 2018년까지 송강중공업 1공장으로 사용됐던 동삼동 201-10 단독 필지 총 6만 7160㎡(2만 316평)는 현재 개인과 법인을 통틀어 20명이 넘는 사람이 소유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2017년 해당 공장과 토지는 경매에 부쳐졌고, 두 차례 유찰을 거친 뒤 2018년 11월 최종 매각됐다.

이듬해에 이 땅은 10여 명의 공유자에게 분할되어 등기됐다. 이후 여러 번의 손 바뀜을 거쳐 현재는 개인과 법인을 통틀어 25명이 소유하고 있다. 구분 소유자들의 땅은 최소 496㎡(약 150평)에서 최대 1만 9545㎡(약 5900평)에 달한다. 모두 부산시가 추진하는 부스트벨트 사업지의 핵심적인 위치로 시의 관리 대상에 해당한다.

송강중공업 1공장 부지는 토지이용계획상 과거 수십 년간 전용공업지역으로 지정되고, 시 지구단위계획수립지침상 높이 기준(19.8m) 제한을 받아 지금도 근린생활시설 정도를 제외하고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땅으로 묶여 있다. 문제는 향후 이 땅이 시가 추진하는 부스트벨트의 핵심 지역에 속한데다 북항을 마주보는 위치상 용적률과 층수 제한이 대폭 완화돼 고밀도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종상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를 악용한 난개발과 투기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접 지역 상황도 불을 지핀다. 송강중공업 1공장 인근 거청, 금용해양산업 부지 등 수천 평의 땅을 가진 소유주들 역시 경기 변동과 규제 상황 등에 따라 소유 부지를 매각하거나 업종을 변경해 개발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스트벨트 사업지 총 50만 1968㎡(약 15만 2000평)의 17%에 해당하는 국토부 시범사업 부지를 제외하면 모든 토지가 민간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여서 향후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시의 구상과는 다르게 고층 아파트·오피스텔이나 숙박시설 등을 개발하려는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난개발 씨앗 방치하는 부산시

이런 상황인데도 시는 관리 대상 지역의 난개발을 막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시는 부스트벨트 사업이 본격화한 지 3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일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 도시균형개발과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마스터플랜 용역에 착수했고, 올해 연말께 나오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법정 도시계획을 정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가 제대로 된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영도구 해안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렵사리 활성화한 지역이 난개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시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 줘야 한다”며 “덴마크 코펜하겐, 일본 요코하마 항만 재개발 등 해외의 사례처럼 적정한 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관리할 수 있는 민·관·정 협의체 등 통합 전담기구 도입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