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국내 금융·외환 시장 어떤 영향?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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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초강도 긴축’ 시장 혼란 우려
국내 은행 건전성 양호 파장 미미
환율, 긴축 완화 기대감에 ‘급락’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서 방문객들이 정문에 붙은 안내장을 읽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서 방문객들이 정문에 붙은 안내장을 읽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국내 은행들과 금융 외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SVB 파산이 미국의 초강도 긴축에서 시작된 만큼 한국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국내 은행의 건전성이 과거와 달리 양호한 만큼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 정부도 진화에 나서며 국내 금융·외환 시장도 이날까지 큰 혼란은 없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 파산은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이른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발생했다. 코로나19 기간 막대한 유동성이 기술기업에 몰리며 SVB의 총예금은 2021년에만 무려 86%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전례 없는 속도로 금리를 오르며 문제가 발생했다.

SVB는 늘어난 예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늘어난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자금 조달과 투자가 편중된 미국 일부 은행만의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은행의 경우 SVB와 달리 팬데믹 기간 늘어난 유동성을 유가증권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주로 대출에 활용했다.

국내 은행이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을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전통적인 이자 장사에 치중한 덕에 금리 상승기 투자 리스크를 줄인 셈이다.

특히, 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은행의 건전성은 양호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5%에 불과하다. SVB와 같은 뱅크런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내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한도는 5000만 원이지만 고액의 기업 예금보다는 소액의 가계예금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SVB 사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닥도 소폭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 개장 전 미 정부가 SVB에 대한 보호 조치를 발표한 소식이 전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미국의 긴축 완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외환시장에서도 미국의 긴축 강도 완화 가능성이 대두되며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다만 정부는 SVB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당분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SVB 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14일에 나오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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