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첨단부품소재 생태계, 삼성도 사활 건 미래 경쟁력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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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60조 투자 계획 들여다보니

삼성전기 10년간 수조 원 투자
MLCC 특화지역으로 부산 육성
거제 삼성重·울산 삼성 SDI도
LNG 운반선·배터리 소재 개발
지역 경제와 상생 차원서 투자
산업 인프라 개선 마중물 역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이 15일 향후 10년간 경상·충청·호남 등에 위치한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 1000억 원을 투자키로 한 가운데 부울경 관련 사업장에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향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울경의 경우 부산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첨단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특화 거점, 울산은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 핵심소재 R&D(연구개발), 경남 거제는 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 제품 수주 등으로 ‘첨단 부품소재 거점’으로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용 핵심 소재 내재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 투자해 부산을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수 조 원의 투자가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10년간 수 조 원의 투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약 1조 2000억 원으로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

이처럼 삼성이 MLCC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반도체가 과거보다 더 많은 분야에 쓰이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제품의 박형화로 초소형 MLCC의 채용이 확대되고, 기기 내 노이즈 제거와 고성능 IC에 대응하기 위한 초소형·고용량 MLCC 등 업체들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전장화로 인해 고온·고압 제품 수요도 증가 추세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P&S인텔리전스는 글로벌 MLCC 시장이 2021년 약 120억 달러에서 2030년 350억 달러로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기가 투자를 집중하는 분야는 고신뢰성 MLCC다. MLCC 양 끝에 구리로 도포한 은색의 외부전극은 낮은 내구도가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내구성이 떨어지면 전자제품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탓에 MLCC 업계에서는 내구도 개선을 통한 고신뢰성 확보를 경쟁력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신뢰성 MLCC를 개발해 일본 기업과의 시장점유율을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 점유율은 약 24%로 세계 2위다. 1위는 34%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무라타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MLCC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부산을 글로벌 MLCC 생산의 거점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삼성과 부산의 ‘MLCC 글로벌 명가’ 도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울산에서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는 ‘양극활 물질’ 등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연구와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용 부품 기술 개발을 위해 울산지역 내 국내 완성차 업계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 거제에 사업장이 있는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해 회사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거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취임 이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과 부산지역 협력업체 등 지방 사업장과 협력업체 등을 두루 돌며 생산 현장을 점검한 자리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삼성의 이 같은 지방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계열사가 뿌리내린 각 지역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향후 지방의 일자리 확대와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60조 원 이상의 지역 투자는 ‘인재와 기술, 새로운 투자’를 새롭게 지역으로 이끌어 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라면서 “우리나라 각 지역 경제권이 일본과 대만 등 주요 국가의 핵심 산업과 경쟁을 벌이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상공회의소 박종민 사무처장은 “삼성이 지역경제와 상생 차원에서 투자에 나선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대한 MLCC 투자는 첨단산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부산의 산업 인프라 개선을 통해 추가적인 대기업의 투자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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