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일극체제 극복·엑스포 유치 의지 재천명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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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전 로드맵 결정 강경한 입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 특별 지시
대통령실 내 부산 인맥도 총력전
부처 돌며 조기 건설 필요성 독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부지 등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부지 등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9년 12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로드맵을 확정짓는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국제 행사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가덕신공항의 조기 완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동시에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달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가덕신공항 완공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사단의 평가에 엑스포 개최 전 가덕신공항의 안정적 개항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짐작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4월 사전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들고 온 계획에는 가덕신공항 공사 기간이 2025년 10월부터 약 10년으로 잡혀 있었다. 그럴 경우 2035년에야 가덕신공항이 개항한다. 2030년 엑스포 개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판이었다. 당시 국토부 안팎의 ‘항공 마피아’와 수도권 언론이 건설비 증액, 안전성 문제 등에 시비를 걸며 가덕신공항 추진에 딴지를 걸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강경한 입장에 국토부는 부랴부랴 완공 계획 수정에 나섰다. 엑스포 개최 직전인 2030년 3월 가덕신공항을 개항한다는 새 계획안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 무렵 정부의 엑스포유치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2월 13일)에서 유치 상황을 보고했다. 한 총리는 “아직 상당수 나라가 지지하는 국가를 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힘을 실어 주면 좋겠다는 일종의 ‘SOS’ 요청을 보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는 대한민국 차원의 국가적 행사인 만큼 여야, 민관, 중앙·지방을 떠나서 모두가 원팀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조만간 부산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새로 마련한 ‘2030년 3월 개항’ 계획안 역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절박함이 없다”는 취지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30년 3월이 엑스포 개최 전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공항 운영과 시행착오 방지를 위해서는 개항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에서 여야가 이견 없이 지속적으로 가덕신공항 로드맵을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도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는 결국 2029년 12월 조기 개항에 맞춘 계획안 수립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도 특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개항 계획 ‘재보완’에 들어가 결국 2029년 12월 완공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진복 정무수석, 김윤일 미래정책비서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등 대통령실의 부산 인맥도 한목소리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정부 부처를 독려했다.

‘공사 기간 5년’은 과거 공항 건설 사례와 비교해도 유례없이 속도가 빠른 것이다. 1992년 11월~2001년 3월에 이뤄진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의 공사 기간은 9년, 2단계(2002년 1월∼2008년 6월)는 6년이었다. 2009년 9월 시작해 2017년 12월 마무리된 3단계 사업 공사 기간은 8년이었다.

대통령과 정부는 수도권 중심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로드맵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사업 완공 등으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물류·금융 인프라가 짜임새 있게 구축되면 동남권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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