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K컬처 전파 ‘글로벌 영화·영상도시 도약’ 기폭제 [동남권이 바뀐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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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이 바뀐다] 6. 문화

BIFF·국제무용제 등 위상 높일 계기
로케이션 활발 신공항 자체도 촬영지
세계적 미술관·아트페어 유치 청신호
해외 작가 입국·작품 반입 편의 제공
싱가포르처럼 공항 주변 수장고 조성
막대한 경제적 가치 창출 효과 노려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지나고 있다. 부산일보DB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지나고 있다.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개항을 통해 부산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K컬처의 수출기지이자 체험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을 ‘국제도시’로 거듭나게 할 기폭제다. 부산이 ‘영화·영상 도시’로 도약하는 활주로 역할까지 할 수 있다. 부산의 문화예술 행사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고, 한국의 문화예술을 세계로 발신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또 새로운 문화권역으로 부상하는 아시아 각국을 연결하는 ‘로컬 투 로컬’ 문화 교류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날개 다는 영화·영상 산업

우선 부산에서 열리는 여러 국제영화제가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이 국제도시로 각인되면 자연스레 후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위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BIFF는 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는 세계적인 영화인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이나 미주 직항이 생기면 부산을 오가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거장이나 배우들은 시간을 쪼개 부산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런던 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와 개최 기간이 겹친다”며 “동시에 초청받는 영화인이 영국과 미국뿐 아니라 부산을 찾게 하려면 결국 이동 시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감독들은 보통 ‘3박 4일’ 정도 시간을 내서 부산에 오길 원한다”며 “가덕신공항이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이면 부산을 찾는 영화인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제27회 BIFF를 찾기로 한 프랑스 거장 클레르 드니도 막판에 일정 조정이 어려워 참석이 불발됐다. 부산에 유럽 직항편만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다.

가덕신공항이 영화제를 넘어 영화·영상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해외 접근성이 좋아지면 영화와 드라마 촬영뿐만 아니라 제작 산업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전망이다. 강성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신공항과 동시에 교통과 숙박 시설이 발전하면 로케이션도 활발해질 것”이라며 “신공항 자체가 매력적인 촬영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산은 여러 독특한 공간이 많다”며 “해외 영화 촬영을 대행하는 ‘프로덕션 서비스’ 사업이 발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22 부산비엔날레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부산항 제1부두가 시민에게 개방된 것은 처음이다. 지역의 한 미술 기획자는 국제적 행사 등의 유치에 가덕신공항 개항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부산이 가진 문화적 자산과 역사성도 각종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했다. 부산일보DB 2022 부산비엔날레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부산항 제1부두가 시민에게 개방된 것은 처음이다. 지역의 한 미술 기획자는 국제적 행사 등의 유치에 가덕신공항 개항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부산이 가진 문화적 자산과 역사성도 각종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했다. 부산일보DB

■K컬처 알리는 거점 도시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아트부산, BAMA 그리고 250여 곳의 전시공간. 최근 한국 미술계에서 부산 미술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가덕신공항은 이런 부산 미술의 저력을 세계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우선 부산의 미술관이나 미술 행사 해외 관람객이 증가할 예정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기혜경 관장은 “2019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6~7%로 다른 지역 미술관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며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산·강·바다를 끼고 있으며 바로 옆에 벡스코가 있어 앞으로 외국인 관람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도 “외국인 관람객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신공항 이용자들이 미술관을 찾을 수 있게 콘텐츠를 준비하고 홍보 프로모션도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상섭 사무처장은 “인천에서 통관 상 문제가 생겨 개막이 임박해서 해외 작가 작품이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며 “신공항이 개항하면 작가 입국이나 작품 반입이 편리해지고, 부산비엔날레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 들어오는 해외 방문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부산 인디밴드 공연,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산국제무용제 등도 가덕신공항으로 유입되는 외지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아트부산 손영희 이사장은 “해외 유명 아트페어의 경우 그림을 사러 오는 부호를 실어나르는 전세기가 120대, 130대 씩 뜬다”고 했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가덕신공항이라면 상상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손 이사장은 “신공항 부근에 싱가포르나 룩셈부르크와 같이 대형 수장고를 만들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은 서쪽 부지에 4만 3669㎡ 규모의 미술품 수장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신공항은 세계적 미술관이나 아트페어 등의 유치에도 긍적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시에 역발상으로 가덕신공항 자체를 ‘K아트를 알리는 친환경 미술관’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나온다. 2016년 인천공항공사 3단계 건설공사 조형물 설치 자문위원을 맡은 이은화 미술평론가는 재활용 자재를 이용한 오슬로 뭉크미술관과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한류 전시를 예로 들며 “양혜규, 서도호, 전준호 같은 한국 현대미술 중견 작가를 보여주는 공항 미술관을 만들어 K아트 수출 거점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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