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기는 부산” 외쳤던 김민석 또 ‘철새본색’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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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발언
“산은 이전 반대” 사실상 당론화
노무현 배신으로 ‘철새’ 낙인
“부산은 진정한 고향” 내세워
2010년 시장 선거 돌발 출마
시민들 “딴사람도 아니고… ”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후보 TV 토론회에 출연한 민주당 김민석(왼쪽) 의원과 김정길 후보. 부산일보DB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후보 TV 토론회에 출연한 민주당 김민석(왼쪽) 의원과 김정길 후보. 부산일보DB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민석 의원이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되자마자 부산의 핵심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를 외치는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의원에게 부산 지역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개인 의원 처지에서 반대할 때는 지역구 사정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지만, 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정치적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김 의원이 중앙당 마이크를 잡고 반대를 외치자 산은 이전 반대가 마치 민주당의 ‘당론’인 것처럼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김 의원은 산은 이전 반대 근거로 ‘무엇이든 서울에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수도권 중심주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을 대표적인 정책 브랜드로 내세우면서 다수의 공공기관 이전을 주도해 온 민주당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시민이 김 의원에게 유난히 배신감을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흔들기 위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활동의 선봉에 서는 바람에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김 의원은 2010년 돌연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다. 김 의원은 ‘뜬금없는’ 출마의 이유로 어린 시절 부산에서 살았고, 부친이 동래고 출신에다 작은 아버지가 부산축구협회장을 지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부산이야말로 진정한 고향”이라고 자처했다.

김 의원이 시장 선거 출정식에서 내세운 슬로건은 ‘서울을 이기자’였다. 선거운동 기간 “부산을 바꿔 서울을 능가하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외치고 다녔다. 정치적 셈법이 뻔한 김 의원의 돌발 출마에 부산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영등포을 지역위원장 직위를 유지한 채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김 의원이 부산을 향한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선거 레이스를 마치자 쉽지 않은 도전을 격려하면서 부산 발전의 조력자가 돼 달라는 기대감을 피력한 야권 인사도 적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등 위기를 맞았으나 천신만고 끝에 21대 국회에 복귀했는데, 당장 산은 이전 반대의 최일선에 섰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에도 “산은을 이전하는 것은 현재 부산시정과 차기 부산시정을 노리는 야심 있는 (여권)주장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 근거 불명의 음모론을 수시로 언급해 부산 민주당으로부터 “선거를 망치려 하느냐”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김 의원의 반대가 무엇보다 부산의 거센 반감을 일으키는 것은 전형적인 수도권 논리를 답습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산은이 내려가면 오히려 부산은행 같은 지방은행은 더 발전을 못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지방 금융 발전을 위해서 이전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지방금융발전기금 같은 것을 만들어서 지원하는 방식의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동종업종의 집적을 통해 동반상승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민주당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이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이다. 부산시장 선거에까지 나섰던 김 의원이 반대의 선봉에 나서자 지역에서는 ‘괜히 ‘철새’ 정치인 타이틀을 얻은 것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김 의원이 과거 발언을 기억한다면 저런 식으로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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