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야외 오페라 변수에도 아름다운 밤 선사한 ‘라 트라비아타’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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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이운형문화재단·문화재단1963 주최
지난해 이어 두 번째…12~13일 무료 공연
“오페라 잘 몰라도 행복한 밤이었어요!"

지난 12일 부산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시작 직전 장면. 김은영 선임기자 지난 12일 부산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시작 직전 장면. 김은영 선임기자

쌀쌀한 날씨에다 비까지 흩뿌렸지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 밤이었다. 변수가 너무도 많은 야외에서, 희극이 아닌 비극의 오페라를 감상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첫날(12일)과 달리 둘째 날(13일)은 비도 그치고 바람까지 잠잠해진 데다 피날레 장면의 동백 향기를 품은 눈꽃 종이도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지면서 참석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적셨다.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부산 수영구 키스와이어센터(Kiswire Center)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이야기다.

하지만 첫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3막에 접어들어 주인공 비올레타(소프라노 김순영)가 병이 깊어져 죽어가는 장면에서 ‘지난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을 부르기 시작할 때쯤 거짓말처럼 가랑비가 흩뿌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비올레타의 눈물이 되어 관객들 가슴에 저며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 제르몽(바리톤 양준모)이 보낸 편지로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테너 김범진)가 비올레타와 함께 ‘파리를 떠나서(Parigi o cara)’ 2중창을 부를 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쩌면 이런 것 하나하나가 야외 오페라가 주는 묘미일지 모르겠다.

지난 12일 부산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시작 직전 장면. 무대 뒤로 오케스트라가 보인다. 김은영 선임기자 지난 12일 부산 키스와이어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시작 직전 장면. 무대 뒤로 오케스트라가 보인다. 김은영 선임기자

키스와이어센터 원형극장 무대 뒤에 ‘보이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넣기 위해 수(水)공간 일부를 메운 것도 어지간한 결단이 아니면 힘든 일이었다(공연이 끝나면 다시 원상 복구할 예정이란다). 게다가 국내 야외 오페라에선 처음 시도한 ‘무대 추적(stage tracker·무대 위 가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서 있는 위치에서 소리가 전달되도록 한 시스템)’ 기술 적용을 위해 일본 굴지의 음향기업 야마하 본사에서 기술자 2명이 파견돼 오기도 했다. 정말이지 한두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관심과 정성이 한데 모인 부산 야외 오페라 무대였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사장 박의숙)과 함께 공연을 공동 주최한 문화재단1963 위미라 이사장은 “힘이 들어서 1년에 두 번은 못 하겠어요”라면서도 “너무 좋았고, 이런 게 또 야외 공연의 매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위 이사장은 특히 “우리의 무대는 다소 작지만 부산에 건립하게 될 부산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오페라 문화를 알리고 부산문화예술 발전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커튼콜 장면. 왼쪽 대형 화면에는 부산 지역 청년 오페라 인재를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오페라 합창단 아카데미' 연습 장면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단1963 제공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커튼콜 장면. 왼쪽 대형 화면에는 부산 지역 청년 오페라 인재를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오페라 합창단 아카데미' 연습 장면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단1963 제공

지난해에 이어 두 번이나 야외 오페라를 제작, 공연하면서 무료로 전석을 초대한 것도 오페라를 사랑하는 두 이사장의 의기투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메세나의 힘이기도 하다. 덕분에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낭만의 밤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페라 관람은 처음이라는 한 시민은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자연 속 야외 공연장이 공연 전부터 마음을 열게 했어요. 그다음에 담요, 모기퇴치제, 자연의 소리 사운드, 피날레 때 꽃잎 세례 등 관객을 감동시키려고 작정을 한 듯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부족인 부산의 젊은 예술인을 배려해 준 점에서 일반 시민인 제가 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라는 말로 감사를 표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이라는 하드웨어 구축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콘텐츠, 관객 개발에도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했다. 오페라 문화를 향유하는 관객 저변이 넓어질 때 비로소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도 빛을 발하는 법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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