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 부산시 의존 ‘편한 사업’ 독식… 지역 마이스 죽이기 ‘앞장’
10년간 주관 행사 중 시 주최 73%나
연관성 적은 행사도 ‘마구잡이’ 개최
“지역 컨벤션 업체 외면 시 행사 독점
마이스 업체 길라잡이커녕 고사시켜”
말로만 ‘동반성장 창출’ 행동은 정반대
임대요율 계속 올려, 민간 업체 이탈 초래
‘국제회의 순위’ 9위에서 18위로 추락
벡스코가 지역 마이스 업계 육성과 상생 의무를 외면하고 안정적인 수익사업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전경(위)과 지난 1일 정전으로 불이 꺼진 벡스코의 한 전시관 모습. 부산일보DB·독자 제공
마이스 경쟁력은 ‘지속가능성’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동반돼야 하지만 벡스코는 부산 업계 육성과 상생 의무를 외면한 채 부산시에 기대 안정적인 수익 사업에만 몰두해 왔다.
이에 부산 마이스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벡스코를 설립한 지 22년이 흐른 지금 부산시의 관련 산업 지표는 서울은 물론 인천에까지 뒤지는 실정에 이르렀다. 벡스코가 지역 마이스 업계 인큐베이팅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 상호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부산시와 벡스코 등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개최 예정 포함) 벡스코가 직접 주관사로 참여한 행사는 각각 17건과 15건이다. 이들 전체 행사의 주관사를 분석한 결과 벡스코 외에 지역 PCO(전문컨벤션기획사) 업체가 참여한 사례는 전무했다. 이날 기준 부산에 등록된 PCO 업체는 106개에 달하지만 벡스코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에 함께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벡스코의 주관 행사 절반 이상이 부산시 주최 행사라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벡스코가 주관한 행사 149건을 세부적으로 보면, 부산시 주최 행사가 110건으로 73%에 달한다. 지역 PCO 업체를 외면하고 부산시의 주요 행사를 독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벡스코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행사들도 벡스코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벡스코가 주관했던 복지 재활, 바이오, 화장품 산업 등 헬스케어 분야 종합 전시·체험 행사 ‘2023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만 하더라도 전시·기획을 주업무로 하는 벡스코가 주관사로 참여한 것을 두고 지역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밖에도 올해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과 ‘해양환경산업전(SEA-PORT)’,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 ‘부산금융주간’ 등 벡스코 전문성과는 연관 없는 행사들에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실정을 이유로 지역 마이스 길라잡이 역할을 맡아야 할 벡스코가 오히려 지역 마이스 산업을 죽이는 데 앞장서 왔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벡스코가 올해 경영 목표로 ‘지역 관련 산업과의 연계성 강화로 동반성장 구조 창출’을 제시했는데 그간 보여온 행적은 정반대였다”면서 “지역 업체에 행사를 넘기지 않고 직접 주관하는 데에만 몰두해 왔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벡스코의 서비스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임대요율은 꾸준히 올라 상당수 지역 민간 업체는 벡스코 사용을 포기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벡스코의 1㎡당 임대료는 2001년 1200원에서, 2011년 1400원으로 인상한 후 △2015년 1450원 △2016년 1500원 △2018년 1550원 △2019년 1600원 △2020년 1650원 △2022년 1700원 △2023년 1800원 등으로 상승해 왔다.
이와 관련, 벡스코 측은 올해 임대료가 서울 코엑스(2710원), 경기도 일산 킨텍스(2038원)에 비해 저렴하다고 반론하지만, 이들 소재지 부동산 가격을 감안하면 벡스코의 임대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게 부산 마이스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부산의 마이스 지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 도시별 마이스 산업 경쟁력 지표로 주로 활용되는 ‘국제협회연합(UIA) 국제회의 개최 도시 순위’를 살펴보면, 부산은 2013년 세계 9위를 기록했으나 가장 최근 발표한 2021년에는 18위까지 추락했다. 아시아 순위에서도 같은 기간 4위에서 6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서울은 2021년 2위까지 올랐으며 인천의 경우 2019년까지 순위권 밖에 머물다가 2020년 42위까지 오른 뒤 2021년에는 15위를 기록하며 부산을 앞선 상황이다.
지역 업계에서는 벡스코 자체 자생력 문제도 있지만 부산 마이스 산업 전체가 동반 성장하는 형태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지역 마이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벡스코가 행사를 민간에 넘기지 않고 직접 주관하려고 해왔다. 일종의 독과점이다”면서 “부산 미래 먹거리기도 한 마이스 산업 육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함께 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