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두 개의 심장… ‘조선 도시’ 거제, 활력 되찾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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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통 큰 투자로 위상 강화
LNG선 등 고부가 위주 건조 주력
압도적 기술로 특수선 ‘잭팟’ 노려
삼성중공업 9년 만에 흑자 전환
올해 수주 호조 매출 9.7조 목표
자율운항 등 미래 기술 선점 총력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에서 LNG 운반선 4척을 동시 건조 중인 모습.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에서 LNG 운반선 4척을 동시 건조 중인 모습. 한화오션 제공

‘조선 도시’ 경남 거제가 들썩이고 있다. 본격적인 업황 회복에 힘입어 지역을 움직이는 두 개의 심장,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채비를 마쳤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LNG 수요 증가 등 발주 시장 호재와 함께 고부가 선종 건조 본격화에 따른 낙수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빙하기를 맞았던 지역경제도 봄날을 맞을지 주목된다.


■한화오션 “해양산업 주도권 잡는다”

지난해 새 주인을 맞은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1조 5000억 원 규모 통 큰 투자로 세계 해양산업 주도권 잡기에 나선다. 이미 충분한 조업 물량을 보유한 만큼 무리한 수주 경쟁보단 수익성 개선과 경쟁사를 압도할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LNG 운반선,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건조 계획을 확정했다. 이 중 LNG 운반선은 현재 수주 잔량만 64척이다. 제때 인도하기 위해 올해 22척, 내년 24척 연속 건조를 진행한다.

수주 전략도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오션은 올해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2척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다. 모두 한화오션이 자랑하는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특히 VLAC에는 한화오션 스마트십 플랫폼 HS4를 비롯해 최신 탄소 저감 기술인 축발전기모터 등이 집약된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30%, 2050년 50% 감축하려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해상 운송량도 늘어 운반선 발주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암모니아운반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개발한 암모니아운반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이런 흐름에 맞춰 일찌감치 암모니아·수소·수소연료전지 추진 기술 개발에 고삐를 죘다. 이를 토대로 세계 유수 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추진선, LCO2운반선, 이산화탄소-암모니아 이종화물 운반선 실증까지 마쳤다.

여기에 공기윤활장치, 로터세일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을 집대성해 진정한 ‘그린십’을 완성했다. 그립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고효율 친환경 선박을 가리킨다.

VLCC도 대표적인 고부가 선종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VLCC를 가장 많이 건조한 조선사가 한화오션이다. 현재 운항 중인 925척 중 185척을 한화오션이 만들었다. 이번에 척당 1710억 원에 계약하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가를 갱신했다.

또 다른 미래 먹거리가 될 스마트선박 기술 기반 구축에도 역량을 모은다. 2025년 내 원격 운항관제가 가능한 ‘커넥티드십(Connected Ship)’을 우선 선보이고, 2030년까지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솔루션까지 구현하는 게 목표다.

수상함, 잠수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특수선 분야도 한화오션의 무대다.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1981년 방산업체 지정 이후 함정 건조를 시작해 대한민국 대양해군 신호탄을 쏜 개척자다. 국내 최초로 구축함 100% 자체 설계·건조에 성공하며 한국형 구축함 건조 사업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조선사다.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해군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에 수상함을 수출했다.

한화오션이 건조할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모형. 부산일보DB 한화오션이 건조할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모형. 부산일보DB

덕분에 작년 8000억 규모 ‘울산급 배치(Batch)-III 5, 6번 함 건조사업’에 이어 하반기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수주도 기대된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6000t급 KDDX 6척을 발주한다. 총사업비는 7조 8000억 원 상당이다.

잠수함 분야도 마찬가지. 1993년 국내 최초 전투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국 해군 전투잠수함(장보고-I, II, III) 모든 선종을 건조했다. 2006년과 2017년, 2021년에는 각각 △해외 잠수함 창정비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 △세계 8번째 잠수함 원천기술 확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여기에 3000t급 이상 중형잠수함도 독자 개발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중형잠수함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뿐이다.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자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거제사업장 공장 신축과 연구 개발 투자도 대폭 늘려 고용 확대와 지역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독에서 LNG 운반선 건조가 한창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독에서 LNG 운반선 건조가 한창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올해 매출 9.7조 달성”

2023년 영업이익 2333억 원을 달성하며 2014년 이후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작년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자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올해 예상 매출액은 9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4000억 원. 수주 목표도 작년 실적 대비 16.9% 높은 97억 달러로 잡았다.

주력 선종에 대한 시장 수요가 꾸준한 데다, LPG·암모니아 수요 확대에 따른 가스운반선 발주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환경선박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선, 유조선 교체 수요도 꾸준할 전망이다.

시작도 좋다. 이달 초 중동 지역 선주와 17만 4000㎥급 LNG운반선 15척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잭팟을 터트렸다. 계약 총액 34억 4600만 달러, 우리 돈 4조 5720억 원 상당으로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기록은 작년 7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 3조 9593억 원이었다. 덕분에 불과 한 달여 만에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의 절반가량을 채웠다.

남은 일감도 넉넉한 만큼 올해도 수익성 개선 중심의 선별 수주에 주력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키워드는 △제조 혁신 △친환경 △자율운항이다.

제조 혁신은 디지털화, 가시화, 자동화, 지능화가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스마트 SHI 1기’를 추진했다. 1기에선 내‧외업 공정 효율화와 생산운영 통합‧최적화를 위한 ‘생산체계 지능화’, 견적-설계-구매 데이터 정확성 확보‧제조 중심 설계 완성을 위한 ‘계획정도 고도화’ 그리고 시스템 간소화, 사용자 편리성 확보‧업무 자동화를 위한 ‘일‧방식 혁신’ 등 3대 추진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부터 3년간 진행될 2기에선 1기 성과를 바탕으로 전후방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코랄 술 FLNG.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코랄 술 FLNG. 부산일보DB

세계 조선·해운업계 탈탄소 규제에 대응할 친환경 제품과 기술개발을 통한 수주 경쟁력 확보도 중요 과제다. 단기적으로 LNG 실증설비를 활용해 LNG 운반선, LNG 연료 추진선, FLNG 등에 적용할 핵심기술 내재화에 집중하며, 중장기적으로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 연료전지,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자율운항 스마트십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주목할 분야는 자율운항이다.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경제성과 안전성도 극대화하는 등 조선·해운산업의 미래를 바꿀 핵심 기술이다. 당연히 관련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기업이 시장 패권을 쥐게 된다.

2019년부터 자율운항 연구개발에 착수한 삼성중공업은 이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듬해 독자 개발한 원격 자율항해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탑재한 300t급 예인선 ‘SAMSUNG T-8’호로 자율운항에 성공하데 이어 2022년 전남 목포에서 독도까지 950km 실증까지 완료했다. 지금도 대형선 6척과 소형선 5척 운항 자료를 실시간업으로 수접하며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래 경쟁력이 될 친환경·스마트 기술 선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수소, 암모니아, 원자력 같은 무탄소 연료 기술을 비롯해 풍력, 탄소포집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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