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욕하며 닮아 간 ‘주류 불패’ 공천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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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친윤 핵심 대부분 단수공천
경선서도 주류 이점 더해 본선행
탈락자 분신 시도 등 후유증도
민주 이 대표 비롯 지도부 공천
친명 강성지지층 발판 경선 승리
탈락 김영주 국회부의장 국힘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여야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양당의 ‘주류 불패’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민의힘에선 친윤(친윤석열)계가,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단수공천을 받거나 강성 지지층을 발판 삼아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주류의 힘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당 공천 과정에서 친윤계 현역과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대다수가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원조 친윤 그룹에선 불출마 선언으로 앞장서 헌신을 띄운 장제원(사상) 의원 외엔 별도의 탈락자는 나오지 않았다. 원조 친윤 인사인 권성동(4선·강원 강릉·4선)·윤한홍(재선·창원 마산회원) 의원은 단수공천으로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한다. 역시 친윤계로 꼽히는 재선의 이철규 의원 역시 경쟁 후보의 경선 포기로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 단수공천됐다. 용산 출신 인사 중에선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경기 용인갑 전략공천을 받았다.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장성민(경기 안산상록갑) 전 미래전략기획관도 연달아 본선행 열차에 올라탔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당내 교통정리를 통해 텃밭인 해운대갑에 무난히 단수공천됐다. 친윤계 초선 박수영(부산 남갑)·정동만(기장)·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아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나섰다.

경선에서도 약진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1호 청년 참모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부산 수영 경선에서 현역 전봉민 의원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개인이 가진 인물 경쟁력에 더해 ‘친윤’ 주류라는 점에 지지층이 대거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주류 불패 현상도 뚜렷하다. 이재명 대표가 인천 계양을 단수공천을 받은 데 이어 친명계 핵심도 대부분 본선을 향한다. 친명계 최고위원인 정청래(3선·서울 마포을), 서영교(3선·중랑갑), 박찬대(재선·인천 연수갑), 장경태(초선·동대문을), 서은숙(부산 부산진갑) 모두 단수공천됐다. 이들은 2022년 8·28 전당대회 당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 대표를 적극 엄호하며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이어 친명계인 조정식(5선·경기 시흥을) 사무총장과 김병기(재선·동작갑) 수석사무부총장, 김윤덕(재선·전북 전주갑) 조직사무부총장도 나란히 단수 공천장을 꿰찼다.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재선·전북 익산을) 의원과 수석대변인 권칠승(재선·경기 화성병) 의원, 대변인 강선우(초선·서울 강서갑) 의원도 단수공천됐다.

비명계 또는 친문(친문재인)계 핵심들은 다수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과 비명계 기동민 의원이 각각 공천에서 배제됐고, 하위 10% 페널티를 안은 당내 의원들은 탈당을 하거나 여당 합류, 무소속 출마 등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무소속·영등포갑) 국회부의장은 4일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는 방침이다.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역시 컷오프를 당했다. 친문계 대표격인 그의 컷오프 재고 요청을 민주당이 거절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에 이어 ‘문·명갈등’ 또한 끓어오르는 모양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국민의힘도 공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장일 전 국민의힘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은 공천 탈락에 반발해 여의도 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영남권 컷오프 결과에 따라 당내 공천 갈등은 한층 확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양측 공천 그림을 두고 일제히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천을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친윤 주류가 대거 공천을 받으며 윤 대통령이 여당 공천권을 장악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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