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분리매각 총선 공약 채택 초당적 협력해야 [날개 꺾이는 에어부산]
하. 정치권 나설 때
중앙당은 지역 현안 우선순위 배제
산은은 입장 번복 논의 차일피일
수년간 쌓아온 경쟁력 약화 위기
지역 항공사 살리기 실기 우려도
“여야 시당 차원 목소리 계속 내야”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위해 지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1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어부산 분리매각과 관련해 정부와 산업은행의 결단을 촉구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미국 결합 심사가 남아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산업은행의 공식 입장(부산일보 2월 19일 자 6면 보도) 이후 부산 시민사회는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적극 나서 정부와 산은으로부터 ‘YES’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더 이상 주요 정당 현안의 후순위가 돼선 안 된다는 게 시민사회의 요구다.
■뒷전으로 밀린 ‘에어부산 분리매각’
정치권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은 산은 본사 부산 이전 등 해결되지 않은 지역 현안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여야 충돌로 발의된 지 2년 넘도록 통과되지 못하다가 결국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유야무야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도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4~5월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 현안과 맞닿아있는 법안들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이렇게 된 데는 지역 현안에 대한 중앙당의 무관심이 큰 몫을 차지한다. 현 정부뿐만 아니라 앞선 정부 대부분이 국토균형발전을 국정 방향으로 삼고 있지만, 주요 정당 모두 수도권 중심의 정책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지역 현안 상당수는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중앙당의 기조 탓에 여당의 경우 시당 차원의 정책 마련이 쉽지 않다. 부산에 단 3명의 의원을 배출한 야당의 경우엔 수도권에서 목소리 내기가 더욱 어렵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을 바라보는 시각 차도 뚜렷하다. 통합 LCC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지역에서 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원하는지 관심조차 없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이슈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이런 상황에서도 지역 의원들이 지역 현안과 관련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하는데 입을 다물고 있으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느냐고 성토한다. 정치권에서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정동만(기장) 의원은 “기업과 관계 기관이 얽히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쉽지 않다”면서도 “이번 총선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부산시당 차원의 공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결정 ‘하세월’’
산은은 EU 경쟁당국의 승인 결정 이후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논의할 수 있다는 당초 입장에서 미국의 결합 심사 이후로 논의 시기를 또다시 미뤘다. 하지만 미국이 언제 승인을 내릴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학계와 항공업계는 미국이 의외의 복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하반기 치러질 대선과 맞물려 자국 중심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 법원에서 미국 LCC 제트블루와 스피릿 항공의 합병을 불허, 두 항공사 결합이 최종 무산된 판결에도 주목한다. 아시아나항공와 함께 항공 동맹 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 유나이티드항공이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합작법인) 협약을 맺고 미주 노선을 함께 운영하는 델타항공의 독주를 문제삼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 승인이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산은의 입장만 기다리다간 에어부산 살리기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10년 넘게 운영 노하우를 쌓으며 LCC 빅 3에 안착했던 에어부산이 기업 결합 지연으로 인해 수년간 경쟁력 약화 위기에 내몰린 것도 모자라 노선과 슬롯까지 반납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서 역할 수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신라대 김재원 항공대학장은 “유나이티드항공 입장에선 손해가 막심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행정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에어부산은 또다시 발이 묶이게 된다”며 “모기업 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간 에어부산을 살릴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사회, 정치권 움직임 촉구 나서
사정이 이렇게 되자 지역 사회에선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하고 있다. 지역의 힘으로 탄생했고 지역을 거점으로 한 유일한 항공사의 분리매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에어부산 분리매각과 관련해 초당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일각에선 지역 현안을 외면한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낙선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며 “주요 정당들이 지역구별로 총선 후보를 확정 지으면 부산 후보들을 중심으로 질의서를 발송해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을 주요 공약으로 채택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공계 역시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주요 공약에 넣도록 앞장서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정책 공약집 ‘22대 총선 기업 현안 과제’에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명시하고 지난달 27일 부산상의 회장실에서 부산진갑에 단수공천 받은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에게 공약집을 전달한 바 있다.
서 위원장은 “민주당 차원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 현안 우선순위에 두고 거점 항공사를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