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일정까지 비우며 공 넘긴 윤 대통령, 전공의 화답할까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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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대화 제안하며 유화 제스처
대통령실도 성사 위해 물밑 조율
전공의 극적 만남 가능성 미지수
사실상 대표자 없고 만남 소극적
피로도 큰 의료 현장선 대안 촉구
만남 성사 땐 갈등 풀 계기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충남 공주시 공주의료원을 찾아 응급의료 담당자를 격려했다(위쪽). 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충남 공주시 공주의료원을 찾아 응급의료 담당자를 격려했다(위쪽). 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발생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를 향해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만 해도 의료개혁 담화문 발표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전공의를 만나 증원 규모 등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3일 의료계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9000명 이상의 전공의가 한꺼번에 병원을 이탈하면서 환자는 수술과 진료 지연에 피해를 보고 있고, 병원은 파산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에 문제 해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와 윤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전날인 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회장에게 “윤 대통령을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공개 제안했다. 이에 이날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이 성사될지 이목을 끌었지만, 전공의와 만남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전공의와의 면담 성사를 위해 물밑에서 조율하고 있고, 사회수석실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고위 인사와 실무진이 전공의와 소통 창구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하루 공식 일정을 비우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통상 업무를 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시간, 장소, 참석자, 대화 주제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계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려고 한다”며 “전공의 단체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의 뜻을 대표할 만한 대표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고, 계속된 복지부의 비공개 대화 요청에도 전공의들의 참석이 저조했던 전례가 있어서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 전공의를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 만큼, 전공의들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의료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의료계에 추가로 내놓을 당근책을 갖고 있는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의료계가 요구하는 여러가지 보완책을 내놨지만, 의료계는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추가 지원책도 많지 않지만, 윤 대통령이 제3의 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핵심은 정부가 증원 규모를 포함해 얼마나 의료계와 타협할지인데, 타협선이 어느 정도 규모일지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대학별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한 상황이라서다.

부산의 한 수련병원 교수는 “대통령 담화를 보고 실망감이 큰 분위기다”며 “우리 과만 해도 전공의가 모두 이탈해 교수들이 1주일에 2~3일씩 당직을 서고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대부분 반대하는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변화가 없어서다. 전공의가 더욱 병원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 상황인 만큼 전공의와 윤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의정 갈등을 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의 성격상 전공의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설명을 동반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할 경우 화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된 데 이어 이번에는 전공의와 의대생, 수험생이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3일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증원의 직접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으로 신청인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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