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체 해양력 총괄 조정·통제·융합 전담조직 거듭 제기 [제19회 세계해양포럼]
해양력·부산시 특별세션 종합
동북아에 글로벌 해군력 집중
각국 해양 패권 경쟁 점점 가열
통합 정책·전략 조율 능력 필수
북극항로 20일 만에 주파 충격
지난 24일 제19회 세계해양포럼 부산시 특별세션이 열린 롯데호텔부산 크리스탈볼룸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북극항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WOF 사무국 제공
글로벌 해양력 강국들이 팽팽하게 충돌하는 시대, 대한민국과 부산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제19회 세계해양포럼(WOF) ‘국제정치와 해양력 세션’에서는 국가 전체 해양력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의 필요성이, ‘부산시 특별세션’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국제협력과 국내 화주, 선사, 조선소, 연구기관 등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4일 롯데호텔부산 크리스탈볼룸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열린 해양력 세션과 부산시 특별세션은 이번 제19회 WOF의 주제인 ‘초불확실성 시대, 파고를 넘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갈지를 논의한 자리였다.
해양력 세션에서 해군참모총장 출신 한밭대 이종호 석좌교수는 “미국을 포함했을 때 글로벌 해군력의 60~80%가 동북아에 집중돼 있다”고 소개했다. 미중일러 4강에다 남북한의 해군력을 합친 규모다. 규모뿐 아니라 대형화, 무인화, 첨단화 측면에서 세계 해군력을 압도하며, 해양력 강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해양력을 총괄 조정·통제·융합할 수 있는 국가 수준의 전담 조직이 필요하고,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해양 정책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이어 발제를 맡은 안영집 국립외교원 고문도 국가 차원의 해양력 컨트롤 타워 필요성에 공감했다. 영국과 그리스 등 해운 강국 대사 경험이 풍부한 안 고문은 “해양수산부, 국회, 민간 은행, 선급, 해운·항만, 조선 부문 간의 통합적 해양 생태계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안 고문은 기존 국무조정실 등의 부처 간 업무 조율 기능을 참조해 기존 조직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 반면, 이 교수는 기존 조직의 한계가 분명하고 해양 패권 경쟁의 심각성과 안보 위협이 크므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종태 해기사협회장은 미국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외에 상선사관학교를 운영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 해상 수송로에서 어떤 충돌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비상시에 동원할 수 있는 해기인력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며 “꼭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전략 해기사를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우리 물류망의 안전성을 높이고, 결국 국민경제에도 이바지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극항로 허브도시, 부산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부산시 특별세션에서는 9월 말 중국 닝보저우산항을 출발한 5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영국 펠릭스토우항까지 단 20일 만에 주파한 중국 선박 이스탄불브리지호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토론에 참여한 김세현 한국해운협회 부산사무소장은 “기존에 국내 해운선사 대부분을 비롯해 저도 북극항로가 벌크나 에너지 수송은 가능해도 컨테이너 운송은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스탄불브리지호가 20일 만에 중국에서 영국으로 갔다는 기사를 보고 이제는 완전히 생각을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20피트 컨테이너 5000개 가까이를 싣고, 남방항로로 간다면 빨라야 30일 이상, 희망봉을 돌아가면 40일까지 걸렸을 거리를 거의 절반 기간 만에 주파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먼 미래의 일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긴박감이 전해졌다.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도 “대부분의 과학연구를 종합하면 2030년 무렵이면 상업운항 등으로 활성화 될 것”이라며 “컨테이너선도 초반 에너지나 광물, 수산물 등의 수송이 자리잡고 북극항로 주변 지역 물류 거점이 생기면 컨테이너선 기항지 확보로 수익성과 정시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이 완제품과 부품을 모두 수송할 수 있는 다목적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북극항로 활성화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매즈 크비스트 프레데릭센 북극경제이사회(AEC) 사무국장은 북극항로 활성화가 한국 조선산업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극 주변 국가·토착민과 신뢰를 쌓는 데서 시작해 각 산업 부문과 민간·공공 협력을 이어갈 것을 요청했다. 프레데릭센 국장은 “북극에는 인프라와 투자, 인구가 부족한데, 투자와 인프라 부문에서 한국·부산이 함께할 역할이 많다”며 “부산과 북극을 연결하는 데 AEC가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언제든지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셸 스토비크 노르웨이 노드대 북극물류센터장은 러시아 LNG의 유럽 수출 제재 이후의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토비크 센터장은 “유럽연합(EU)이 2028년부터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러시아가 개발 중인 아틱LNG2 사업에 대한 제재도 예정돼 있는데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 LNG가 어디로 갈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