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하명 논란' 김기현 내사, 검찰이 먼저 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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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검찰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촉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사건을 경찰에 앞서 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경찰이 청와대 첩보를 하달받아 단독 수사했다는 의혹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방선거를 수개월 앞둔 시점에 시차를 두고 같은 사건을 수사했다는 얘기다.


울산경찰, 울산시 압수수색 당시

市로부터 “검찰이 조사한 내용

경찰이 왜 또 조사하나” 질의 받아

사건 기록 공개 요청도 거부당해


檢 수사 지시 ‘靑 입김’ 작용 의혹

정권 차원 비리로 확대 가능성도


검찰과 경찰 첩보가 동일한 청와대발(發)인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 하달된 것인지, 사건 처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이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면 수사 초반부터 각종 논란을 야기한 경찰 수사를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장 비서실과 관련 부서 등을 전격 압수 수색을 했다. 경찰이 재선이 유력했던 야당 소속 울산시장의 안방을 공략한 셈. 당시 김 시장의 경쟁 상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오랜 친구인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였던 까닭에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사주설’ ‘기획·공작 수사’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경찰이 수색 자료를 토대로 울산시 주무부서 등을 조사하다가 시청 직원으로부터 “검찰이 이미 조사한 내용인데, 경찰이 왜 또 조사하느냐”는 항의성 질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한발 앞서 같은 사건을 조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검찰에 사건 관련 기록을 열람 또는 복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경찰에 “내사 중인 사건이어서 사건 기록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다수의 경찰 관계자가 동일한 진술을 하고 있다.

이후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A 씨를 지난해 12월 3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올 3월 15일 95쪽에 달하는 불기소 결정문과 함께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처분했다.

의문이 제기되는 부문은 검찰이 앞서 수사를 했다면 어떻게 수사에 착수했냐는 것이다. 청와대의 직접 지시나 대검의 지시 등 어떤 경로를 통해 수사에 착수했는지가 의문이다. 대검이 아니라 청와대의 지시로 수사에 착수했다면 송철호 시장 선거를 돕기 위해 청와대가 나선 것으로, 정권 차원의 대형 비리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왜 중단했는지도 의혹이다. 여기에 혐의가 없어 내사를 중단했다면 경찰의 수사에 대해 바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도 문제다. 5차례에 걸쳐 ‘보완 수사’ 또는 ‘기소 의견이냐, 혐의없음 의견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까지 경찰 수사를 1년 간 지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윗선의 정리에 따라 경찰 수사를 묵과했다면, 그 윗선이 청와대인지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내사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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