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인 경찰·무혐의 처분 검찰…김기현 수사과정 사사건건 충돌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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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내사, 검찰이 먼저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동시에 수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 처리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A 씨를 수사해 건설사에 대한 외압 혐의를 달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경찰에 앞서 내사에 착수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종결했고, 경찰의 기소 의견에도 증거 부족을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검경의 처리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검찰이 내사를 종결한 이유와 경찰이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인 이유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 동시 수사 의혹

검찰과 경찰이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김 전 시장 수사를 둘러싼 의혹은 정권 차원의 비리로 확대돼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친구의 시장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을 동시에 동원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檢, 알 수 없는 이유로 ‘종결’

경찰 수사기록 요청도 거부


경찰은 다섯 차례 기소의견

검찰 퇴짜에도 끝까지 수사


대통령 친구 송철호 당선 위해

靑이 검·경 동시 동원 가능성


이와 달리 관련 첩보가 청와대나 대검에 분산 접수돼 정식 라인을 타고 내려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에라도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사건에 손을 대고도 관련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혐의가 없어 내사를 종결했는지, 수사 시점을 지방선거 뒤로 조절했는지 등 각종 의문이 남는다. 이 과정에서 역시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든다.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해 3월 실시된 경찰의 김 전 시장 비서실과 관련 부서 압수수색은 검찰의 ‘재가’를 받았다. 압수수색의 경우 경찰이 신청하고 검찰이 청구해서 법원이 발부한다. 이때 검경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내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이미 어느 정도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검경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다. 경찰이 압수수색 직후 검찰의 내사 사실을 알고 사건 기록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당한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2달 뒤인 지난해 5월 3일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A 씨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 ‘종결’·경 ‘밀어붙이기’ 의문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영장신청 기간 사이에 내사를 종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사 종료가 과연 검찰의 결정인지 윗선 특히, 청와대의 개입 또는 정리에 의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검찰은 범죄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별다른 보완 수사 없이 며칠 뒤인 5월 11일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다시 보완 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이후 같은 해 7~11월 사이 4차례나 더 ‘기소 의견 송치’를 건의했고 12월 3일 기소 의견을 유지해 검찰에 넘겼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도 끝까지 수사를 밀어붙인 셈이다. 그 이유와 배경에 짙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은 올 3월 15일 A 씨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때 95쪽에 달하는 불기소 결정문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조목조목 적시했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이 사건 수사를 착수, 진행한 울산경찰청은 물론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찰까지도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 그리고 수사권 남용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수사였다”고 털어놨다. 검찰이 혐의가 없어 내사를 종결했다면 경찰에 진작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것이지, 1년 동안이나 사건을 지휘한 점도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대한민국에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수사”라며 “경찰이 현행범도 아닌데 선거가 끝나고 시작해도 되는 수사를 우겨가면서 밀어붙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지난해 6월 부임했는데, 이후에는 검찰의 내사는 없었다”고 밝혀, 그의 부임 이전에 내사가 종결됐음을 시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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