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해제 확진자 87%가 ‘기침·두통’ 후유증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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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회복’ 건강관리법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200만 명을 넘어선 28일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유전자 검사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200만 명을 넘어선 28일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유전자 검사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50대 중반 서 모 씨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격리 해제된 지 4주가 다 되도록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전화 통화 도중에도 잔기침이 계속 나와서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변에는 코로나에 걸린 이후 잦은 두통과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어 자신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폭증으로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28일 1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격리를 마친 뒤 2주일 이상이 지났지만, 기침, 통증, 피로감, 후각 상실, 어지럼증 등이 계속되는 경우다.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와 부산대병원 감염내과 이순옥 교수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 후유증과 회복 후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피로감·후각 상실·어지럼증 호소

호흡 곤란 심해져 폐렴 진단도 많아

가슴 통증 지속 땐 검사 꼭 받아야

‘슈퍼 항체’ 생기지만 재감염 우려도



-격리 해제 후에도 기침이나 목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대부분의 증상은 4주 이내 호전되지만, 일부 환자는 수주에서 수개월동안 다양한 증상이 지속될 수 있는데 이를 ‘코로나 장기 후유증(long COVID)’이라 부른다. 완치되더라도 우리 몸의 전신에 바이러스가 염증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에 뇌, 눈, 코, 구강, 심혈관계, 폐, 피부 등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오미크론은 주로 상기도와 호흡기 부위를 중심으로 염증이 발생되는 특성으로 회복 후에도 기침과 목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시기에 기침이 있더라도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은 아니니 감염전파에 대한 우려는 없다. 또 이 같은 증상이 발현된다고 해서 코로나 후유증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만큼 기저질환 같은 다른 원인도 고려해 검사나 치료를 해야 한다.

-확진자 중 어느 정도 비율로 코로나 후유증이 나타나나?

국립중앙의료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자의 87%는 두 가지 이상의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로감(57.4%)이 가장 많았고, 기관지 질환(기침, 가래), 호흡곤란, 탈모 등의 증상이 많이 발생했다. 오미크론 이후 기침과 피부발진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했으며, 냄새와 맛을 느끼는 감각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격리 후유증으로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도 있다. 이외에도 인지 저하(brain fog), 흉통, 두통, 빠르거나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관절통, 근육통, 복통, 설사, 불면증, 수면장애, 발열, 현기증, 일상 기능 및 이동 장애, 발진(두드러기), 생리 주기의 변화 등도 보고됐다.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는 후유증도 있나?

코로나 감염 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의료 기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격리기간을 거치면서 호흡 곤란이 시작되다가 격리해제 후 심해져 폐렴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진 후 폐렴이 생긴 이들은 치료 직후 57%까지 폐 기능이 떨어졌다가 1년이 지나도 정상치의 87%까지 회복이 됐고, 이들 중 21%에서 폐섬유증의 합병증이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미국 보훈부가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15만 3760명의 심장 질환을 분석한 결과, 완치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감염자와 비교해 이들의 뇌졸중 위험은 52%, 심장마비 63%, 부정맥 69%, 심부전 위험은 72% 높았다. 격리해제 후 호흡곤란, 가슴통증, 두통 등의 증상이 지속되고 악화되는 경우 의료기관을 통해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백신 접종이나 연령대가 후유증에 영향을 미치나?

영국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2회의 백신 접종을 받은 경우 28일 이상 지속되는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대략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유증은 연령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데 국내 연구에 따르면 40세 미만은 피로감, 40~60세는 피로감, 호흡기 증상(기침, 가래 등), 탈모, 60세 이상은 호흡곤란과 기관지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 감염 후 악화가 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뒤 확진되면 ‘슈퍼 항체’가 생긴다는데, 이들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되나?

백신 접종 3차까지 완료한 후 돌파감염이 생기면 이후 중화항체 역가가 아주 높게 형성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접종 후 감염은 코로나에 대한 면역능력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슈퍼 면역’이 생긴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상당히 일리가 있지만 아직은 어느 정도의 항체역가가 향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감염예방이 되는지 입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체내에 흡입하게 되면 돌파감염의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기확진자라도 현재의 유행정도에서는 실내나 밀집도가 높거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서는 아직은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확진된 가족과 밀접 접촉해도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들은 항체가 생겼다고 봐야 하나?

오미크론과 같이 전파력이 상당히 높은 경우 가족 내 2차 전파율이 44~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접접촉에도 감염 되지 않는 가족이 있다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예방효과이거나 이미 코로나에 감염된 후 몸 안에 방어할 수 있는 면역이 생겨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본인도 모르게 이미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감염이 된 것일 수 있다.

-확진 후 완치자라도 앞으로 백신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6개월 주기로 알파변이, 델타변이, 오미크론 변이로 계속 변이가 발생하고 유행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중증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이는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 해당한다. 추후 계속적인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1년에 1~2번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60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독감과 같이 필수예방접종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올해 발생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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