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노동계 ‘강 대 강’ 대응에 ‘일촉즉발’ 긴장감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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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거제 대우조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조선소 1번 독 화물창 바닥에 만든 가로·세로·높이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조선소 1번 독 화물창 바닥에 만든 가로·세로·높이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연합뉴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내하청 파업 사태가 노사정 갈등의 용광로가 되어 끓어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파업 현장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대규모 ‘희망버스’가 가세할 예정이어서 제2의 용산·쌍용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 지시로 긴급 관계 장관 회의가 열린 데 이어, 대통령이 거듭 사태 해결을 주문하면서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관 등 헬기 타고 파업 현장 방문

이상민 행안 “공권력 투입 고려”

이정식 노동은 부지회장과 대화도

노조 파업 지지 희망버스 가세 예정

제2 용산·쌍용차 사태 우려 목소리


경찰과 고용노동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정오께 헬기를 타고 거제 파업 현장을 방문했다. 이 행안장관은 공권력 투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여러 가지 희생이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동장관도 1독(선박건조장)에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농성 현장을 찾아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간 유최안 부지회장과 5분간 대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어쨌든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우리가 운동해야 하는 건데, 지금 많은 분이 우려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노동조합의 요구가 전달됐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이에 유 부지회장은 “정부가 먼저 답할 입장이지, 우리에게 먼저 풀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약속을 한 번도 안 지켰다”고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에서는 이번 주가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오는 주말이 노정 갈등이 더 심해질지 아니면 노사 대화가 돌파구를 찾을지 가늠하는 마지노선(부산일보 7월 18일 자 2면 보도)이란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는 오는 23일 경남 거제로 향할 예정이다. 희망버스가 파업 지지를 위해 대규모 인원을 싣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것은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희망버스 측은 19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노조에)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철저하게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방침”이라며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 현장에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 집결을 예고한 가운데 경찰 수뇌부까지 현장을 방문하자 파업 현장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은 교섭이 진행 중이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장 공권력 투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불법 상황 종식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공권력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무리하게 공권력 투입을 강행할 경우 인명 피해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조합원 6명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10m가 넘는 구조물에 올라가서 농성 중이고,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철 구조물을 만들고는 그 안에 들어가 쇠창살로 입구를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가 시너 통까지 지닌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권력 투입 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청노조와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 대우조선, 협력업체 등이 참가한 4자 회담도 지난 16일부터 진행 중인데, 상황이 더욱 긴박해지면서 2주간의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적극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휴가 전 타결에 성공하지 못하면 텅 빈 현장에 하청노조만 남아 농성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4자 회담 역시 파행을 겪을 수 있고, 결국 노사 모두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회담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거리를 좁히고 있으나 쉽사리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진행 양상에 따라 전국 노동계 하투에 기름을 부어 대정부 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당장 전국금속노조는 20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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