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택시 콜 ‘불통’에 킥보드 요금 ‘덤터기’까지… 시민 ‘분통’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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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파일 등 못 받아 업무 불편
카카오 앱 사용 택시 기사 영업 차질
모바일 상품권 등 사용 못 해 불만
킥보드 반납 안 돼 추가 요금 떠안아
일부 시민은 “단톡 지옥 탈출 홀가분”

카카오톡 등에서 15일 오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톡 등에서 15일 오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 장시간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일상에 큰 불편을 겪었다.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 크게 의존해 온 일상의 위험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일부 시민은 ‘단톡 지옥’에서 탈출했다며 오히려 속이 편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16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분당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계열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서비스 오류로 카카오톡, 카카오 송금서비스, 카카오 T 앱 등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른 서비스에서도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시민들은 전화나 문자를 이용하며 ‘2G 휴대전화’ 시대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직장인 최 모(33) 씨는 “평소 업무와 관련된 자료사진이나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받는데 먹통 사태로 주말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메일로 자료를 요청해 급한 일은 겨우 처리했지만 서버 오류가 길어지면 어떻게 업무를 해야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던 택시기사와 대리기사들은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 콜을 주력으로 활용하던 택시기사들은 평소보다 훨씬 적은 손님을 태웠고, 카카오 대리 앱만 이용하던 일부 대리기사는 하루를 날려야만 했다.

카카오톡에서 받은 기프티콘 등 선물도 이용이 불가능해져 불편이 생겼다. 지난 15일 오후 8시께 부산 남구 한 마트를 찾은 장 모(27) 씨는 “카카오톡으로 받은 모바일 상품권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사용이 불가능해 그냥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마트에서는 카카오톡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방송까지 나오더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 모(29·부산 금정구) 씨도 “카카오페이 안에 들어 있던 돈을 다른 곳으로 송금하려 했는데 송금이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최근 들어 관리를 잘 안 하는 건지 카카오톡과 관련된 오류가 자주 나타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동킥보드를 반납하지 못해 수십만 원의 이용료가 부과됐다는 사연도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서버 오류로 빌린 킥보드를 반납할 수 없어 현재 요금 10만 6500원”이라고 밝혔다. 4시간 뒤 작성자는 “킥보드 요금이 50만 원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제공하는 킥보드는 앱에 접속해 ‘이용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오류로 인해 이용 종료가 불가능해 생긴 결과로 보인다.

카카오는 16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카카오페이, 채팅 송수신 등 일부 기능은 복구했지만 여전히 사진,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등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시민들은 ‘공해’에 가까웠던 채팅방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회사 영업직인 김 모(44) 씨는 “주말에도 불필요한 업무 카톡이나 단체 채팅방에 얽매여 신경을 써야 했는데 장애가 생기는 마음이 개운하다”며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단톡방들이 없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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