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개 숙였지만… 사그라들지 않는 ‘이상민 거취’ 논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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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현안보고

사고 책임 회피 발언 물의 행안부 장관
“안전 책임지는 장관으로 심심한 사과”
국힘 내에서도 파면 등 거취 설왕설래
애도 기간 후 대통령실 차원 결단설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책임 회피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같은 사과에도 여권에선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했다. 일단 지도부를 비롯,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장관 파면 주장에 선을 그었지만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 장관이 ‘쿠데타 발언’ 등 그간 민심과 다소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온 만큼 이태원 참사 사태가 정리된 후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들과 딸을 둔 아버지로서 이번 사고가 너무 황망하고 안타깝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일을 계기로 삼아 더욱 사고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대형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을 빚었던 ‘인력배치 발언’과 관련해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마음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전날(지난달 31일)에 이어 이 장관이 재차 사과하면서 불붙었던 책임 회피 논란은 다소 잠잠해지는 분위기이지만 이날도 여권 내부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일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헌법 34조 6항의 내용을 게시, 해시태그로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 달며 이 장관 책임론을 재강조했다. 이는 전날(지난달 31일)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한 주장을 재차 피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우선 “수습이 먼저”라며 이 장관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현 상황에서 이 장관)파면 얘기를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런 문제를 왜 지금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차기 당권 주자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충분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인데, 파면부터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애도 기간이다. 국민이 마음을 모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하며 부상자의 빠른 회복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를 수습할 주무 장관이란 점에서 국민의힘이 일제히 이 장관 엄호에 나선 상황이지만 여러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만큼 여권 내부에선 ‘이젠 이 장관이 버겁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올 7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로 표현해 논란이 된 데 이어 이번 ‘이태원 참사 사태’를 두고는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고 말해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번번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장관이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무 역량을 두고 그동안 여권 내에서는 의문이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적 애도 기간이 끝나면 대통령실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벌써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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