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동생 지킨 소녀·탯줄 달린 신생아… 절망 속 희망도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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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참사

강진 이틀째 극적 구조 이어져
잔해 속 45시간 버틴 소년 발견
아이 3명 동시 구조 현장엔 탄성
15세 딸 잃은 아버지에 눈시울
촉박한 ‘골든타임’에 속 타들어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7세 시리아 소녀가 7일(현지시간)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구조물을 팔로 떠받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매몰된 지 17시간 만에 구조됐다. 트위터 캡처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7세 시리아 소녀가 7일(현지시간)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구조물을 팔로 떠받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매몰된 지 17시간 만에 구조됐다. 트위터 캡처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은 발생 이틀 만에 9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냈음에도 극적으로 구조되는 생존자들의 소식도 들려와 절망 속에 한 줄기 희망도 비친다. 현지 구조대는 물론 전 세계의 구조대들이 지진 피해 지역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아 가족을 찾지 못 한 이재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 방송 ABC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이들리브 지방에서 반군 측의 민간 구호단체인 ‘하얀 헬멧’이 한 가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구조 영상을 보면 하얀 헬멧 대원들은 잔해 속에서 여아 두 명과 남자 아이 한 명을 발견해 데리고 나왔고, 주변에 모인 군중들은 아이들이 나올 때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구급차로 이송됐고, 성인 2명도 들것에 실려 무너진 건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의 건물 잔해 속에 살아남은 소년 무하마드 아흐메드는 지진 발생 45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건물 잔해 속에서 시리아의 7세 소녀가 동생을 지키는 영상도 공개됐다. 소녀는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잔해를 힘겹게 떠받치면서 17시간 동안 버텼다. 남매는 무사히 구조돼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시리아에서는 더 극적인 구조 소식도 들려왔다. AP통신은 지진 잔해 속에서 태어난 여아가 구조됐지만, 가족 중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족의 친척은 부부와 자녀 등 가족 7명이 모두 사망했으며 이 신생아가 유일한 생존자라고 말했다. 신생아는 발견 당시에 죽은 엄마와 탯줄이 연결돼 있었다. 구조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잔해 더미에서 아기를 안고 달려나온다. 아기는 현재 알레포의 아프린 소재 한 소아병동에 입원 중이며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의사인 하니 마루프는 “아기는 타박상, 열상, 저체온 증세로 병원에 도착했으며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서 실종됐던 축구 선수 2명은 생사가 갈렸다. 가나 국가대표 출신 축구 선수 크리스티안 아츠(31)는 7일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아츠는 튀르키예 프로 축구팀 하타이스포르 소속 미드필더다. 하타이스포르 팀은 아츠의 생존 소식을 전하면서, 팀 감독 타너 수부트는 아직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2부 클럽 말라티아스포르는 이날 트위터에 골키퍼 아흐메트 유프 투르카슬란은 지진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장에서는 자녀를 잃은 부모 등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올라와 세계의 눈시울을 붉혔다. AFP통신은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 하는 아버지의 사연을 보도했다. AFP통신은 숨진 15세 딸 이마르크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 메수트 한제르의 사진을 게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제르 가족은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며, 지진 발생 당시 침대에 누워 있던 딸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잔해에 깔려 숨졌다. 구조 당국과 시민 여러 명이 이르마크 등 잔해 속 희생자를 빼내려고 애썼다.

자녀를 잃은 부모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슬퍼하는 장면도 알려졌다.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 마을에서 시리아인 아버지가 이미 숨진 아기를 품에 안고 애통해하는 장면이 AFP통신 사진에 담겼다. 아프린시는 시리아 반군이 장악해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지역이다. 사진 속 아버지는 붉은색 담요로 아기를 감싼 채 폐허가 된 건물 잔해에서 벗어났다.

현지 언론은 피해 현장에 투입된 구조 인력이 총 6만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65개국에서 파견한 해외 구조 전문 인력 3200여 명도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 현장까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진앙지인 트뤼키예의 150km 내에 있는 샨르우르파 공항은 규모가 작아 구조 인력과 장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도로도 파괴돼 현장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지진의 골든타임을 1~3일로 간주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다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도 기온과 식수·식량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4일 이후에도 생존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구조 전문가들은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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