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공사, 재난 매뉴얼 아예 없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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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재난 아니다” 해명 불구
매뉴얼 공백으로 사고 공개 지연


부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대심도 공사가 시작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그동안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토사 유실을 재난으로 판단할 근거 없이 추진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붕괴사고가 다행히 인명, 재산 피해를 유발하지는 않았지만, 대심도 공사는 일반 도로보다 예측이 어렵고 시민 불안도가 높은 만큼 사고의 세부적인 기준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0시 40분께 동래구 온천동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붕괴사고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재난 관리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는 도로와 교량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수립해 관리하지만, 이는 사용 중인 도로에서 발생한 재난에 주로 적용하기 때문에 공사 현장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신 시설물관리법에 따라 사업자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받아 재난 시 조치 계획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탓에 재난 시 조치계획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봤다.

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사람이 다치거나 인근 구조물이 부서지는 등의 피해가 없다며 “재난이 아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날 동래구 대심도 붕괴 현장 언론 브리핑에서 심성태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재난이나 사고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인명 피해도 없고 재산적인 손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심도 고속화도로는 지하 40m 이상 깊이에서 건설되기 때문에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혹시 모를 사고가 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대심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시민이 체감하는 불안도가 높은 만큼 세부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가 사고 사실을 나흘이나 늦게 알린 것도 매뉴얼 부재 탓인 것으로 확인됐다. 토사 753㎥가 유출됐는데 유출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통상 인명 피해나 주변 시설물의 재산 피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데, 그런 피해가 없다 보니 외부에 알려야 할 사고인가를 두고 판단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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