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풀기로… 한국도 WTO 제소 취하 [한·일 정상회담]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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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맞춰 3년 8개월여 만에
불화수소·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
‘수출 절차 간소화’ 회복 논의도
양국 재계 ‘파트너십 기금’ 창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박 2일 일정으로 16일 일본을 방문한 가운데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 조치를 3년 8개월 만에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전격 취하하는 식으로 화답했다. 또 한·일 재계 대표 단체는 이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하는 등 양국 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강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일본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반발하면서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 수출규제에 나섰다. 일본은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배제했다. 한국은 이에 맞서 그해 9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일제 강제징용 한인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입장 차로 3년 8개월간 꽉 막혔던 한·일 관계는 이달 초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돌파구가 마련됐다.

지난 6일 한·일 정부가 수출규제 현안 원상회복을 위한 양자협의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산업부는 지난 14∼16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9차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개최했다. 양국은 수출관리 당국의 체제, 제도 운용, 사후관리 등을 포함해 수출관리의 실효성에 대해 긴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수출관리를 2019년 7월 이전으로 되돌리는 운용 변경’을 통해 3개 품목과 관련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7월 이전과 같이 특별일반포괄허가제를 적용하고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가 풀린다. 특별일반포괄허가제는 화물·기술의 민감도에 따라 일정한 도착지, 품목 조합의 수출을 종합적으로 허가하는 제도다.

내친김에 한·일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조치도 조속히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통해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했다.

두 단체는 공동 사업의 일환으로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전경련)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게이단렌)을 창설한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맡는다. 공동사업으로는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와 사업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 교류 촉진 등을 꼽았다.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한 만큼 양국의 이번 합의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등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년 만에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이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이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신속하게 추진된 수출규제 해제는 양국 기업 간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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