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할퀸 상처 컸다… 전국 사망·실종자만 50명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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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만 6000여 명 긴급 대피
구조 나선 해병대원 급류 휩쓸려
13개 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오송 의인 유병조 씨 포상 받아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경찰 헬기가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경찰 헬기가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19일 전국 호우특보가 해제됐지만, 일주일간 이어진 기록적 폭우로 인해 전국 인명·재산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부산에서도 폭우에 따른 피해가 잇따라 지자체가 조치에 나섰다.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전 2시부터 비상 2단계를 해제하고 초기대응단계를 유지 중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부산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실종 1명이다. 시설 피해는 총 31건으로 사유시설 17건, 공공시설 1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재산 피해는 파악 중이며 임시 응급복구는 완료했다. 시는 노후 주택 등 추가 피해를 파악해 복구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폭우로 인해 부산지역 182세대 주민 330명이 임시대피 시설에 머물고 있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 15일부터 해제된 이날 오전 1시까지 소방이 해결한 비 피해 신고는 총 249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구조 1건 △안전조치 182건 △배수지원 66건 등이 이뤄졌다. 15~19일 닷새 동안 부산 누적 강수량은 404.5mm를 기록했다.

소방은 지난 11일 집중호우로 사상구 학장천에서 실종된 60대 A 씨에 대한 수색 작업을 9일째 이어오고 있다. 소방과 경찰은 수색 현장에 인력을 지난 18일보다 약 100명 늘린 385명을 투입했다. 소방은 A 씨가 가덕도까지 휩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상을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유병조 씨 유병조 씨

전국적으로도 폭우로 인한 인명 사고와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9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에서 호우로 인해 모두 4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총 44명으로 △경북 22명 △충북 17명 △충남 4명 △세종 1명이다. 실종자는 △경북 5명 △부산 1명이다. 부상자는 3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경북과 충북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호우 피해 사망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2명으로 집계됐는데, 아직 중대본 공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날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충북에서는 지난 15일 폭우로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져 오송 지하차도에서 차량 17대가 물에 잠긴 사고로 모두 14명이 사망했다. 지하차도 수색 작업은 전날 끝났으며 인근 지역 추가 수색이 진행 중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당시 3명을 구한 화물차 운전사 유병조(사진) 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 씨는 충북지역에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자 창문을 깨고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가 주변에 있던 3명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19일 유 씨에게 감사장과 차량구입지원금 25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비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긴급 대피한 주민도 1만 6000명을 넘어섰다.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 주민 1만 6514명이 학교나 마을회관 같은 임시 거처로 긴급 대피했다. 이중 7843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재산피해도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도로 침수와 유실 등 공공시설 피해는 1043건으로 집계됐다. 주택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는 948건이다. 이날 기준으로 논과 밭, 과수원 등 모두 3만 2894.5ha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닭과 오리 등 폐사한 가축은 79만 7000마리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예천군에서는 호우·산사태 피해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다 급류에 휩쓸려 해병대원 한 명이 실종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 10분 경북 예천군 호명면 보문교 일대에서 집중 호우·산사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소방 당국이 수색 중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경북 예천군 등 13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 13곳은 세종시를 비롯해 충북 청주시와 괴산군, 충남 논산·공주시와 청양·부여군, 전북 익산시·김제시 죽산면, 경북 영주·문경시와 예천·봉화군 등이다.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예년 집중호우 때보다 2주 정도 빠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자체는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액의 일부를 국비로 추가 지원받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은 또한 농림부 장관에게 호우피해 농가지원과 함께 농작물 수급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납세자에 대해 신고 및 납부 기한연장, 압류·매각 유예, 세무조사 연기 등의 세정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집중호우 피해를 당한 납세자가 부가세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의 신고 및 납부 기한연장 등을 신청하는 경우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또 현재 체납액이 있는 경우, 압류된 부동산 등의 매각을 보류하는 등 강제징수 집행도 최장 1년까지 유예가 가능하다. 납세자가 사망·상해·실종 등의 사유로 납부기한 연장 등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납부기한 연장을 할 계획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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