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인간 빠진 공예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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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부흥의 공예 /이데카와 나오키

'곡선의 미''무기교의 기교'는 우리 공예품이나 미술품의 아름다움을 들먹일때 입버릇처럼 동원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 공예의 미를 이렇게 말한 건 일본의 미술 이론가 야나기 무네요시. 그는 자주적인 미학 바탕이 전혀 없었던 일제 강점기 조선 공예를 '무작위의 미'라는 편협한 틀속에 가둬버린 민중적 공예론의 주창자다.

일본은 물론 우리 공예론의 주류라 할 만한 그의 민예론을 전면 비판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일본의 공예연구가 이데카와 나오키가 쓴 '인간 부흥의 공예'(정희균 옮김/1만5천원).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를 넘어서'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이데카와는 '선입관이나 기성의 권위에 속지 말고 대상을 '순수한 눈으로 보라'는 야나기의 가르침에 따라 민예론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냉랭한 저류를 발견했다. 공예가 인간이 만든 물건인 이상,이 점은 이론의 근간을 흔드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민예론을 전면 부정했다.

야나기 민예론의 핵심내용은 아래와 같은 것들. 전통시대 한일 공예의 핵심은 민중생활에 기초한 '민예'다,그건 '직관'에 바탕을 둔다,여기서 나온 미의식은 평상심·건강함·무심함의 아름다움이다,그것들은 무명 공인들의 작품에 깃들어 있다,이들의 작업에 신의 은총 같은 '타력'이 전해져 지고한 아름다움이 깃든다 등등.

이데카와는 이같은 민예론에는 '인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예라는 기물을 의인화하며 주인공의 지위를 부여한 야나기는 정작 그 기물들을 만든 인간을 주변 요소로 격하했다는 것. 공예는 민중의 전통과 기술,그리고 창의성과 미의식이 결합되면서 발달돼 온 예술품이라는 게 이데카와의 주장이다.

또 그는 아름다움을 꿰뚫는 '직관'도 도마에 올렸다. 야나기의 '직관'은 그의 선입관과 계몽의식에 의한 것임을 간파한 이데카와는 소박이나 간명,무기교의 미 등은 '야나기식 기호'에 기반한 하나의 양식에 불과하다고 민예론을 재정의한다.

비판은 야나기의 조선 공예론에도 적용된다. 야나기는 조선 공예를 '비애의 예술'로 불렀고 그 진수는 '곡선과 흰색'에 있다고 했다. 또 몇가지 성질은 한민족이 '적극적인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이데카와의 반박은 '억지스러운 접목'이라는 것. 야나기는 조선의 대표적 문양이자 '애수의 조선'을 보여주는 예로 '추초문'을 꼽았지만 그건 야나기의 주관적 감상일 뿐 실제로는 추초문 보다 모란문양이 훨씬 많이 쓰였다고 말한다.

또 야나기는 조선 백자에 대해 민족의 비애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상복의 색깔인 흰색에 매달렸다고 주장했지만 이데카와는 청화의 발색재료인 코발트가 거의 산출되지 않았던 조선의 현실 등을 근거로 야나기의 주장을 뒤집는다. 이밖에도 이데카와는 상감기법 등의 예를 통해 공예품의 일부에서 민족의 감정과 주장을 읽어내려 한 과도한 '통찰'은 부정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간성에 기초한 공예를 확립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 공예를 모태로 자신의 감상을 한껏 담아 민예라는 이론을 발전시킨 야나기와 그 이론의 비인간성을 비판한 이데카와 둘 다 일본인이라는 사실에서 씁쓸함을 느낀다면 지나치게 촌스러운 감상일까.

김아영기자 ye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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