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강 흔드는 공사 굉음에 사라지는 '자연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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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앙인가 녹색축복인가] <상> 생태계 심각한 훼손 우려

맞은 편 부용대에서 바라본 경북 안동 하회마을 전경. 이곳에서 준설이 실시되고 하류에 보가 건설되면 모래톱이 물에 잠겨 소나무 숲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동=정종회 기자 jjh@

환경영향평가 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 사업은 생물 다양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강 바닥과 수변에서 4억4천600㎥란 엄청난 규모의 준설이 이뤄져 수많은 생명이 서식하는 터전인 습지와 모래톱이 파괴되고, 보(洑)의 건설로 수질오염 및 유속저하가 초래돼 어류와 곤충류, 조류 등이 자취를 감출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본격 준설과 보 건설이 진행중인 중·상류지역에선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낙동강에 건설될 8개 보 중 칠곡보와 구미보 사이에 위치한 해평습지가 대표적 예다. 이 습지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영양물이 침전, 퇴적돼 형성한 하천습지로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흑두루미·큰고니 등이 겨울을 나는 곳이었다.

지난 13일 취재진이 찾아간 해평습지 입구에는 구미시에서 붙힌 '낙동강 철새 집단도래 보호구'란 안내판과 '낙동강은 경제의 강'이란 표어 아래 이곳을 경계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 28공구와 27공구가 갈린다는 것을 표시한 푯말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환경평가 제대로 없이
대규모 준설 '속도전'
강에 누런 흙탕물 흘러
준설토 '황사'까지 날려
'대체습지 확보 할 것'
정부 주장 "넌센스" 비판


현장을 보니 해평습지는 이미 이곳이 철새 도래지인지 의심케 할 만큼, 전형적인 공사판으로 변해 있었다. 대형 포크레인들이 줄지어 강에 들어가 준설을 하는 바람에 강물은 누런 흙탕물이 됐고, 어림잡아도 50만~60만평은 넘어 보이는 습지 인근 구미제방 둔치에는 준설토가 산더미처럼 쌓여 때마침 부는 강풍에 '낙동강 발 황사(黃沙)'를 날리고 있었다.

현장에 동행한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습지보전국장은 "환경부 계획에 따르면 해평습지 내 하중도만 남겨두고 주변 모래톱은 모두 잘려 나가게 된다"며 "문제는 하중도만 남겨둘 경우 재두루미 등 이곳을 찾는 철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여기서 월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해평습지 보다 상류에 있는 경북 안동의 마애·구담·검암습지와 대구시 달성습지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지역 역시 준설공사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머지않아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실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었다.

달성습지가 내려다 보이는 인근 화원유원지에서 만난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이학박사·생태학)은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면서 조성돼 면적이 50㎢에 달하는 달성습지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인정한 철새 도래지로 흑두루미들이 월동하던 곳"이라며 "낙동강 사업으로 위로는 강정보, 아래로는 달성보가 만들어지면 물이 흐르다 갇히게 되어 생태와 수질에서 엄청난 부정적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준설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부산의 삼락·염막 둔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걱정한다. 이 지역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 맥도강 및 평강천 일원은 철새도래지로 문화재보호구역이다.

2009년 환경부가 실시한 겨울철새 동시센서스에서 75종 4만8천687개체가 관찰될 정도로 조류 생태계와 관련해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중에는 멸종위기 1급인 노랑부리저어새, 매 등과 2급인 아비, 큰고니 등 10종 6천397개체의 보호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철새들에게 염막둔치는 철새들, 특히 기러기류에 중요한 서식지로 2006년 동절기부터 환경부와 부산시, 강서구청이 매년 예산을 투입해 △보리 재배 △벼 미수확 존치 △무논 조성 등의 다양한 사업을 벌여 왔다. 또 삼락둔치 서편 수변부에 조성된 습지는 기러기류와 오리유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매년 도래하는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부산시는 서낙동강 준설을 통해 수심 5~6m를 유지함과 아울러 염막·삼락둔치의 논·밭 경작지를 철거하고 둔치 수면부 일부를 절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벌써부터 18㎞에 이르는 구간에서 동시다발적 대규모 준설과 제2하구둑 건설과 교량 개·보수, 배수문 및 낙차공 설치공사 등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이란 지적이 높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부는 "(준설과 보 설치로)수질개선과 습지 조성, 구하도(舊河道) 복원 및 수변생태벨트 조성 등과 생물다양성 확보 및 서식처 제공 등으로 하천생태계의 건강성이 회복될 것"(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라며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는 또 "영향을 받는 수생물이 인근 유입 지천·수변 등에 서식할 수 있는 대체 서식지를 등을 확보해 전체 습지량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낙동강 1권역에선 추천강 하류의 한림습지 등 4개소·37만㎡가 신규 조성되고, 대체습지로 삼락, 딴섬습지 등 7개소·55만1천㎡가 생긴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연습지를 훼손시켜 놓고 인위적으로 신규·대체습지를 만들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앞뒤가 바뀐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인공적으로 만든 습지가 수많은 시간이 걸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습지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도 아울러 제기되고 있다. 안동·상주·구미=

박진홍 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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