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 그윽한 초의·추사 필치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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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9일 제9회 부산 국제 차 어울림 문화제

초의선사가 예서로 쓴 '선경(禪境)' 필체가 정결하고 우람하다. 큰 글씨 옆에 '선은 앉아 밝게 생각하는 것, 경은 도계(道界)에 들어가는 것이다. 고금 이래 선에 들어가 경에 도달한 사람은 드물다고 들었다'고 행서로 쓰여 있다. 부산차문화진흥원 제공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 장의순의 유묵(遺墨)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부산에서 마련됐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차(茶) 어울림 문화제가 풍성한 기획으로 차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만난다.

사단법인 부산차 문화진흥원은 오는 27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문화회관에서 '제9회 부산 국제 차 어울림 문화제'(대회장 이미자)를 연다.

초의선사·추사 김정희 유묵 100점 전시
'선경' '세한도' 등 유명작 관람 기회
조선통신사 다례 장면도 재현
한일 도자교류전·하카타인형 시연도 열려


이번 문화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 장의순의 유묵 100점을 전시하는 '추사·초의 백선전(百選展)'. 이번에 '추사·초의 백선전'에 전시될 작품은 1950년대부터 차 문화와 관련된 문화재를 수집해 온 고경 이원기 선생이 소장하고 있다. 이 선생이 지난 2002년 펴낸 '차인 초의선사 유묵 영인본'은 "삼국시대부터 차를 마셔 온 것으로 전해지는 우리 민족의 차 문화는 외세의 잦은 침입과 국난으로 잦아들었다가 조선 영·정조 2대에 실학파에 의해 중흥을 맞는다.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을 비롯, 초의와 추사 등을 통해 다시 하나의 기풍을 이루게 된다. 특히 초의는 '다선일미(茶禪一味)사상'을 제창했으니, 불심이 곧 선(禪)이요, 다미(茶味)가 곧 선미(禪味)였으며, 차와 선이 별개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초의는 고유의 다선일미 사상을 정립함으로써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린다. 그는 20여 년 손위인 다산이 강진에 유배 온 이후, 서른에 상경해 동갑인 추사와는 처음 만난 뒤 평생 교류했다. 전시되는 초의선사의 작품은 가로 99㎝에 세로 2m가 넘는 '선경(禪境)' '다연(茶煙)' 등 대작을 비롯하여 박물관에서도 보기 힘든 병풍 서간문이 다수다.

함께 전시되는 추사의 것도 '세한도' '산수도' 등 유명 작품이 빠지지 않았다. 27일 오전 11시부터 부산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기획은 27일 오후 7시 대극장에서 열리는 기념식의 한 순서로 마련된 '조선통신사 다례 재현'이다. 부산을 출발한 통신사 행렬이 쓰시마에 배를 댄 이후 등급별로 다른 차를 지급받는 모습과, 에도에서 쇼군에게 국서를 전달한 뒤 차를 나눠 마시는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앞선 이날 오후 4시 중극장에서는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 박정희 외래교수가 '통신사 접대에 나타난 에도시대의 차 문화'를 주제로 강연도 마련돼 당시 외교 의례에서 차가 차지했던 위상과 함께,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외교의전을 통해 역학관계의 변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통신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일문화교류 프로그램이 풍성해진 것도 특징이다.

한국과 일본의 유명 도예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감상할 수 있는 '한일 도자 교류전'(대전시실)을 비롯, 일본 후쿠오카의 하카타인형(초벌구이 토기 인형) 시연과, 하리코인형(속이 비어 있는 종이인형) 채색체험교실, 일본차 만들기 시연과 유카타(일본 전통 여름옷) 입기 체험, 하카타 우수 공예품 전시 등도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

이경순 집행위원장은 "부산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차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며 "시민들에게 차 어울림 문화제가 우리의 전통 차 문화와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맛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지난해 '부산 국제 차 어울림 문화제'에서 연차를 맛보는 시민들 모습. 부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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