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걱정하는데 보태 주지는 못 할망정 "헤프다" 손가락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말 예고한 '지방재정 개혁' 작업이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이 정면충돌한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책임으로 못박기 위한 법 개정 작업은 물론, 감사원까지 나서 방만한 지방재정을 '손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십 년째 지속돼온 지방재정 시스템의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발등의 불'인 세수난 해소 방안으로 지방재정을 겨냥하고 나선데 대한 지방의 시각은 곱지 않다.
지방재정이 최근 급격히 어려워진 데에는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부산시 지방교부세 매년 삭감
재정자립도 50% 겨우 턱걸이
지자체 세수난 해결 안 해 주고
사정 호소하면 "엄살" 일축
시·도 교육청 '표적 감사'에
"진보 교육감 손보기" 빈축도
■돈줄 마른 지자체에 "낭비 말라"
누리과정 파동이 상징하듯 지자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와 복지 비용의 증가로 지난해부터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방만한 재정 운용' 때문이라는 시각을 보이면서 지자체와 평행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난은 '엄살'이라고 보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지방교부세는 2008년 28조 2천137억 원에서 2010년 26조 9천907억 원으로 줄었다. 1995년 66.4%였던 지방 재정자립도는 2014년 44.8%로 떨어졌다. 부산시 역시 2012년 57.4%에서 지난해 51.4%로 매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반면 최근 몇 년 새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료 지원 정책 실시 등으로 지자체의 사회복지비는 큰 폭으로 늘었다.
전국 자치구 중 64%(44곳)가 예산의 40% 이상을 복지비로 지출하고 있고, 부산시의 총예산 대비 복지비 비중도 2012년 25.9%에서 2014년 30.5%로 크게 늘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교부세와 관련, "자체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비효율적 구조는 아닌가 점검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자체 세입 확대 노력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시각은 다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씀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경제 기반이 약한 지자체로서 자체세입 확대는 체납세 징수율을 높이는 정도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진보 교육감 손보기'논란까지
정부가 지방재정 개혁과 관련, 일선 시·도교육청을 겨냥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4일 지자체에 대한 집중감사 방침을 밝히면서 시·도교육청의 방만한 재정을 '콕 찍어' 비판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들은 "어떤 점이 방만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올해 각 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총 1조 3천475억 원 축소 편성됐다. 부산시교육청에 배분된 교부금도 1천70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학생 수가 감소했으니, 교육재정을 줄여야한다'는 정부 논리에 대해서도 시·도교육청들은 "2000년 대비 2014년 학생 수가 21% 줄었지만, 그동안 인건비는 2.6배 오르고 교육복지예산이 증가해 재정 수요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을 놓고 '진보 교육감 길들이기'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 실제, 지난해 누리과정 파동이 발생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진보 교육감들과 그들의 상징적인 정책인 무상급식에 대한 비판이 비등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교육재정의 경우 70%가 인건비이기 때문에 무슨 사업을 선택해 집행하고 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방만 운용을 말하는데, 결국 무상급식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