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바꾸자 '빅 하트 프로젝트'] 8. 명품지역 해운대 부산의 홍콩-가능성
도심 실개천 흐르게 하고 '21세기 신라방' 세워라
해운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횡으로 뻗어나가는 해안가, 종으로 가로지르는 구남로 상권이라는 대동맥을 통해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전통 상권에 신선한 기운을 돌게 해야 한다. 정대현 기자 jhyun@단적으로 말해 현재의 해운대는 소비는 있으나 주민의 삶은 없는 도시다. 부산의 대표 휴양지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주민과 상인들은 여러가지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해운대는 고밀도의 거대 상업자본과 저밀도의 전통 상권이 혼재돼 있다. 규모와 높이를 앞세워 채워나가기보다, 낮은 시선과 작은 움직임으로 비워나가는 도심 재생의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남로 인문·역사자산으로 채색
독일 베히레 같은 인공수로 조성
천혜의 입지 가진 해운대시장
젊음·국제화 살려 세계적 명소로
최치원 발자취 '문화 거점' 육성
■물과 사람이 함께 흐르는 구남로
오랜 침묵을 깨고 구남로가 해운대 원도심 상권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횡으로 뻗어나가는 해안가, 종으로 가로지르는 구남로 상권이라는 대동맥을 통해 '동맥 경화'에 걸린 전통 상권에 신선한 피를 돌게 하는 것이 해운대 상권 활성화의 핵심 과제다.
구남로의 미래를 상업자본의 손에만 맡겼다가는 구남로는 특급호텔이 즐비한 해운대 해안가의 아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공공의 가치라는 밑그림 위에 인문·역사적 자산으로 채색해야 한다. 해수욕장에 딸린 부속 통행 공간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이색 명소이자 '명품 광장'이 돼야 한다.
자문단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인공 수로를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프라이부르크 도심에는 700m에 이르는 보행자 전용 통행지구가 있다. 길 양편으로는 너비 50㎝ 정도의 작은 실개천이 흐른다. 프라이브루크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베히레'다. 베히레는 뜨거워진 땅을 식혀주고, 시민과 관광객들의 놀이터 역할도 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바닷가에 왔지만 쳐다보기만 하고, 실제 물을 접하지 못하는 것이 해안가의 역설"이라며 "'구남(龜南)'이라는 지명 그대로 인근 춘천의 물을 끌어와 거북이가 남쪽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형상의 도심 실개천을 조성하면 구남로는 물과 사람이 함께 흐르는 광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디자인을 입힌 휴식 공간과 어반 폴리(예술적 체험이 가능한 소규모 문화 부스)를 거리 곳곳에 설치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해운대시장을 이국적 관광 명소로
생동하는 도시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기에 전통시장 만한 것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바닷가와 호텔 단지를 끼고 있고, 도심교통망과도 연계되는 해운대시장은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
문제는 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인프라는 잘 정비돼 있지만, 거기에 담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
자문단은 해운대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젊음'과 '국제화'라는 키워드를 입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만을 여행하는 젊은이들의 필수 코스인 '스린야시장'처럼 관광도시에 걸맞는 해운대시장 만의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것.
낮시간대는 기존 상인들이 점포에서 전통 음식을 팔고, 밤에는 젊은이들과 부산 거주 외국인들이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대만 등 세계 각국의 먹거리나 주류를 이동식 매대에서 판매하는 이원화 운영 방식도 고려해봄직 하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시장 상인들의 경험 위에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창의력을 더해 신·구 세대가 상생의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치원 발자취 '21세기 신라방'을
"해운대를 알고, 최치원을 아는 유커들은 많지만, 의외로 '해운대'라는 지명이 최치원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아는 중국인은 드물다." (장희정 신라대 국제관광학과 교수)
해운대는 1천100년 전 신라의 석학 최치원이 머물며 자취를 남긴 곳이다. 최치원은 해운대의 빼어난 해안절경에 매료돼 동백섬 바위에 자신의 호 '해운'을 새겨 해운대의 지명을 유래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주 인용할 만큼 최치원은 중국인들에게도 여전히 숭상받는 인물이다.
'국제인' 최치원과 '국제도시' 해운대를 엮어 해운대를 동북아 해양·관광·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은 어떨까?
숙박업소가 밀집한 운촌길 일원에 가칭 '21세기 신라방'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해운대를 찾는 연간 20만 명의 외국인들이 숙식하면서 문화교류도 할 수 있는 월드 게스트 빌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다윤 변현숙 변호사는 "최치원이라는 역사·인문학적 바탕 위에 오뎅, 밀면, 돼지국밥 등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