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흰여울문화마을도 ‘주객전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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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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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원도심 골목길 사업과 도시활력증진사업으로 사업비 2000만 원가량 들여 복원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두레박 샘터. 이곳은 주민들이 10년째 각종 마을 행사 진행해 오던 마을 공터였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018년 원도심 골목길 사업과 도시활력증진사업으로 사업비 2000만 원가량 들여 복원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두레박 샘터. 이곳은 주민들이 10년째 각종 마을 행사 진행해 오던 마을 공터였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지난달 31일 오후 2시.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주택가 내 야외 공터.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이곳은 마을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공터 한쪽에는 오래전부터 쓰던 우물이 있다. 주민들은 우물이 있는 공터라는 뜻을 담아 ‘두레박 샘터’라 불렀다. 하지만 마을에 관광객이 몰린 뒤 이곳에는 주민들이 직접 쓴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평일이지만 쉼터 주변에는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관광지화로 인한 주민 소외 현상 심각

구청에 도시재생 벽화·간판 철거 요청도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 지역이 주민을 소외시키고 관광지로만 부각되는 것은 비단 감천문화마을만의 일이 아니다. 대규모 도시재생이 계획되고 마을 정비사업이 진행중인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도 관광지 때문에 주민 소외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흰여울문화마을 주민 공동체는 구청 지원 없이 지난 10년 동안 두레박 샘터에서 주민 ‘국밥데이’를 매년 열어 왔다. 구청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두레박 샘터를 둘러싸고 있는 주택에 벽화를 그렸다. 이후 이곳은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주민들이 소외되고 관광객이 중심이 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을행사를 주관하는 영도문화원관계자는 “두레박 샘터는 주민들이 모여 영화를 보거나 노래자랑을 하는 등 공동체 장소로 활용돼 왔는데 이제는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들어 이곳을 사용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을 위한 회관에도 주민들이 설 자리는 없다. 올해 말 4층 규모의 마을회관이 마을 입구에 문을 열 예정이지만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개 층 남짓이다. 나머지 공간은 관광객을 위한 카페와 영화기록관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 주민은 “샘터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마을회관 이용을 기대했지만 작가 전시와 각종 다른 행사들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주민 공간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민들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그린 벽화와 안내 간판 등을 철거할 것을 최근 구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구청에서 돌아온 답은 예산을 투입한 벽화나 우물을 없애는 것은 무리라는 답변이었다.

두레박 샘터 인근에 거주하는 강 모(69) 씨는 “주택가를 점령한 관광객과 주민들과의 마찰은 일상이 됐다”며 “마을 주민들의 오랜 공간도 관광지가 되어 버려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지 따져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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