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33) HBO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사운드트랙
영화나 드라마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자면 등장인물끼리 거실에서 대화하는 경우, 음악이 거실에서 라디오나 휴대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으로 설정해, 등장인물이 대화하며 그 음악을 함께 듣는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고요. 반대로 대화를 하면서 음악이 영화 속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관객에게만 들려지는 것처럼 처리할 수도 있지요.
전자의 경우를 전문 용어로 ‘소스 (source) 또는 다이어제틱(diegetic) 음악’이라고 하는데요. ‘다이어제지스(diegesis)’는 서사에서 허구의 공간과 세계를 의미하지요. 반대의 경우인 등장인물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만 음악을 듣는 것으로 설정이 되는 경우를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 음악, 즉 사운드트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에요.
일상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나 접근성이 더 쉬워지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장면들도 많아지는데요. 그래서 지금의 영화나 드라마 속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와 함께 ‘어떻게 음악을 사용해야 하는가?’가 역시 아주 중요한 기술이자 콘셉트입니다.
2017년 방영된 HBO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를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음악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며 그 탁월한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드라마는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유명한 ‘장마르크 발레’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무엇보다 ‘니콜 키드먼’ ‘리스 위더스푼’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으며 화제를 낳았지요. 에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하고 골든글로브에서 4개 부문 상을 받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습니다.
이 드라마가 이러한 인정을 받기까지 숨은 공신으로 음악은 아주 단단히 한몫을 하는데요. 이 드라마는 새로운 스코어가 아닌 기존의 음악만을 사용합니다. 음악 수퍼바이저 ‘수전 제이콥스’가 이 역할을 맡으며 평범한 마을의 일상에서 드러나는 살인 사건의 진실과 인물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서정적인 감성과 아름다움을 입혀 내는데요.
‘찰스 브래들리’ ‘빌리저스’ ‘마이클 카와누카’ ‘아그네스 오벨’ 등과 같은 신진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들은 마치 그들이 이 드라마를 위해 음악을 발표한 것처럼 새롭고 절묘합니다.
심지어 극 중 ‘리스 위더스푼’의 딸인 6살 클로이가 가족을 위한 음악을 선곡하며 알라마바 셰이크스의 ‘This Feeling’을 트는 장면이 나올 정도니까요. 이 음악들은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조차 일상의 플레이리스트로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선곡과 흐름을 보여 줍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