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은 온통 대선… 지선 예비주자들 ‘노심초사’
지방자치를 위한 ‘축제의 장’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슬슬 달아올라야 할 지역 선거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사상 처음으로 지방선거 직전 대선이 치러지는 탓에 ‘대선 쓰나미’에 휩쓸려 흥행이 안 되는 분위기다.
자칫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지방선거가 졸속으로 치러져 지역 이슈가 실종되거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사상 처음 대선 다음 지방선거 일정
‘대선 블랙홀’로 김빠진 지방선거 우려
코로나 재확산에 신인 선거 운동 위축
“대선·지방선거 연동하는 전략 마련해
지역 공약 무시 후보 경고해야” 목소리
내년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날짜가 기존 12월에서 3월로 당겨지면서 전례 없는 ‘대선 후 지방선거’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장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운명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선거 초점이 대선에 맞춰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부산시의원은 “지금은 부산은 보수 쪽 지지세가 센 것으로 보여 우선 대선에서 이겨야 판을 뒤집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선 블랙홀’로 인해 지방선거가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김 빠진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은 반강제적으로 3월 초 대선까지 지역 공약보다 모두 자당 후보를 부각하는 데 몰두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소속 한 시의원은 “자칫 잘못하면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출마 선언이나 개인플레이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대선 정국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뒷전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선이 끝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보다 대통령 취임, 새 정부 출범 등의 이슈로 지방선거가 시행 직전까지 외면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대선으로 인해 지역 사정에 맞는 최적의 후보자를 평가하는 기회가 줄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변수까지 등장해 지방선거 흥행에 먹구름이 낀다. 부산에서는 최근 이틀 연속 14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진자 증가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델타보다 강력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세계 곳곳을 덮쳤다.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선거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열띤 대면 선거 운동을 기대했던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노심초사한다. 특히 시급히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정치 신인’의 우려가 크다. 재선 도전에 나선 한 시의원은 “다시 규제가 강화될까 봐 지금 가능한 한 많은 약속을 소화하고 행사장을 다닌다”면서 “어제 만났던 유권자가 오늘 다시 만나도 기억 못하는 상황이라, 차라리 강렬한 색상의 마스크라도 껴서 나를 각인시켜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의 영향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지역 입장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동하는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공약을 구체화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대선 후보는 정당을 떠나 뽑지 않겠다는 강력한 지역 내 경고 메시지를 중앙 정치권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대선 단계에서 지역을 홀대할 경우 지방선거에서도 외면당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대선이라는 정치 공간에서 지역 공약이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