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하는 연주자 박정희 피아니스트의 ‘헌정’ 독주회
20일, 슈만 판타지·리스트 소나타 연주
10년간 매년 독주회 관객·자신에 감사
새 곡 어렵지만 레퍼토리 늘리고 싶어
“연고도 없던 부산에서 10년을 지내면서 매년 독주회를 열 때마다 많은 분이 찾아 주셨어요. 학생, 동료 교수, 지인은 그렇다 쳐도 독주회 때마다 오신 모르는 관객들이 정말 감사하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저한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정’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오는 20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열여섯 번째 부산 독주회를 마련하는 피아니스트 박정희(동아대 교수). 박 교수는 2012년 금호아트홀 독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레퍼토리로 서울과 부산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17년 6월부터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대장정을 시작해 2021년 5월 14일 마침내 32개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시리즈 연주(총 8회)로 마무리했다. 전업 음악가도 아니고, 안정적인 직장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러한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평가받아 마땅했다.
10년 동안 독주회를 열면서 단 한 번도 같은 곡을 연주한 적이 없을 정도로 늘 새로운 곡을 탐구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을 만나고자 애쓴 점도 대단하다.
이번 독주회는 작곡가 슈만(판타지 다장조, 작품번호 17)과 리스트(소나타 나단조, 작품번호 17)의 곡을 준비했는데, 지난 10년간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피아니스트에겐 적잖은 부담이 따르는 대곡 두 곡을 한 프로그램에 배치했다.
슈만 판타지는 1837년 베토벤 서거 10주년을 맞아 리스트로부터 베토벤 기념비 건립 사업을 작품을 위촉받아 완성한 곡이어서 리스트에게 ‘헌정’했다. 이는 리스트가 1837년 <초절기교연습곡〉 초판을 슈만 클라라에게 헌정한 것에 대한 답례였다고 한다. 슈만과 리스트, 그들은 서로가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으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슈만 작품엔 상반된 이중성격이 드러납니다. 서정적인 캐릭터와 열정적인 캐릭터가 적절하게 숨어 있는데 이걸 곡으로 표현한 게 너무 재밌고, 보물찾기하듯 발견하는 기쁨도 큽니다. 이번 연주곡 판타지만 하더라도 클라라 주제가 나오는가 싶으면, 그다음에 베토벤 연가곡 선율이 나타납니다.”
슈만의 판타지는 박 교수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다. 알고 들어야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응수하자 그는 “편하게 연주회장에 오면 제가 찾은 걸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리스트 소나타는 2014년에 연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번 독주회 주제가 헌정이다 보니 처음으로 같은 곡을 다시 하게 된 셈이다.
“매번 새로운 곡을 연주한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그래도 레퍼토리를 늘리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는 것 같습니다. 리스트 곡만 하더라도 당시 은빛샘홀(금정문화회관) 연주 피아노는 좀 작았는데 이번 챔버홀(부산문화회관)은 풀사이즈여서 느낌이 다를 겁니다.”
다음 계획을 묻자 박 교수는 “건강이든 시간이든 여력이 되면 계속 도전할 것”이라면서도 “독주회는 전체 악보를 외워서 몸으로 체화해야 하는 만큼 한두 달 연습해서 되는 건 아니고, 음악이 무르익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박정희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과 보스턴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 동아대에 부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공연은 아트뱅크코레아가 주최하고, 입장료는 3만 원(학생 50% 할인·예매처 인터파크)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