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권 회복으로 공교육 정상화하길 바라며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
2015년 교육청 생활지도 담당 과장 때 일이다.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 방안에 대해 장학사들과 깊이 논의를 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교실 뒤편이나 복도에 서 있게 하고, 반성문을 쓰거나 운동장을 걷게 하는 것 등의 모든 행위가 아동복지법 상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침 신문을 대할 때마다 교육 현장의 어두운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일로 인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교권과 학생 인권에 관한 관심이 높다. 교권 추락의 원인 규명 요구도 뜨겁다. 교육부에서는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성찰 글쓰기, 분리 조치, 단계별 지도 방법, 학부모 민원 대응 등이 포함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마련하고, 교권 회복 4법을 포함한 교권 회복 종합 대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대한 침해 사안과 교권 보호를 위해 적극 대응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를 근거로 학칙을 개정할 때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이 아닌 상호 존중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제자를 통해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한 학교 시스템을 들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에 각자 지켜야 할 법적 가이드라인이 있어 서로 존중하는 교육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한다. 우리도 정당한 학생 지도에 대해 교원의 지도권이 부여되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권한을 인정하고 따르는 교육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교권 침해 대응책도 학교급별 특성에 맞게 수립해야 한다. 유·초등학교는 학부모 민원 대응에 중점을 두고, 중학교는 발달 단계를 고려해 수업 방해와 지도 불응 학생에 대한 지도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는 학업 성적, 진로 등에 대한 미래 불안감이 주로 표출되는 만큼 직업교육과 다양한 대안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좋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회원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육아 부담, 취업 문제, 경쟁 교육, 과다한 사교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교육에 대한 과열은 학교 폭력, 교권 침해, 학업 중단, 생명 경시 풍조 같은 문제도 낳는다. 이에 따라 매우 전문적 수준의 치료와 상담이 요구되는데 이를 교사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야별 위기 학생 대응 전문 인력을 별도 배치하고, 지역 사회 전문가 그룹과 연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문화예술, 스포츠 활동 등을 활성화하고 토론, 협업, 학생 참여 중심 등의 수업을 활발히 진행해 학생 간, 학생과 교사 간 소통과 신뢰를 두텁게 하는 학교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학생 대부분은 교사의 합리적인 지도에 잘 따르고, 교사는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애정과 열정을 쏟는다. 학교를 운영하는 3주체는 교원, 학생, 학부모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교육 정상화를 위해 모두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공감과 존중을 기반으로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서로 소통하고 책임지는 학교 문화가 조성된다면 갈등과 오해는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무덥던 지난여름 내내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애절한 함성이 헛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