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청년작가 응원 위해 비영리 갤러리 열었어요"
박성진 (주)에스제이탱커 대표
부전동 사옥에 갤러리 범향 오픈
20~40대 청년작가 작품 선보여
수익금 일부는 사랑의열매 기부
건물 앞 대형 조각 설치 계획도
“언젠가부터 그림을 보면서 삶의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러다 작가들의 열정과 치열한 고민을 알게 됐고, 그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전시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산의 젊은 작가들을 응원하고 이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비영리 갤러리를 열게 됐습니다.”
지난 2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범향빌딩 11층 ‘갤러리 범향’. 60여 평의 갤러리에는 젊은 작가들의 다채로운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내외항 에너지 운송 전문업체 (주)에스제이탱커 박성진 대표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작업 기법을 마치 큐레이터처럼 자세히 설명해 줬다.
박 대표는 25일 ‘갤러리 범향’을 오픈한다. 범향(凡香)은 돌아가신 부친의 법명으로 ‘널리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는 의미다. 2월 25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개관 기념전 타이틀은 ‘사랑의열매와 함께하는 부산 청년작가 신년 선물전’이다. 조은아, 박영환, 김도연, 이기택, 최해인, 박경묵, 하지혜, 김형준, 이지훈, 정헌칠, 김종선, 배남주 등 부산지역 20~40대 작가 12명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인다. 초대작가로 참여한 이재효 작가와 고석원 부산대 미대 교수 작품까지 포함해 개관 기념전 전시 작품은 총 40여 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서면으로 사옥을 옮겼습니다. 기존 건물주가 회의실로 썼던 공간을 젊은 작가를 위한 갤러리로 만들었습니다.”
박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그림을 구매하면서 미술에 흥미를 느꼈다. 부인인 김희경(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시거점형양성평등센터장) 씨와 미술 강좌를 들으며 전시를 보러 가고 작가들과 교류도 했다. 갤러리 범향도 박 대표와 부인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 대표가 청년 작가들과 교류를 더 활발하게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21년 2월 직장인 예술문화 매칭 프로젝트 ‘슬기로운 중앙동 예술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김종원 미술감독, 김지선 해든 카페 대표와 의기투합해 삭막한 사무실 밀집 지역인 중앙동에 예술문화 융합 콘텐츠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몽상X해든 카페’를 열어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직장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미술을 접하게 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까지 2년 10개월간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이 기간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과 개인전 등 전시가 총 20회 열렸어요. 해든 카페가 팔리지 않았으면 이 프로젝트를 계속했을 겁니다. 꾸준히 전시하면서 젊은 작가들과 소통을 자주 했죠. 이번 개관 기념전에도 프로젝트로 알게 된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박 대표는 바쁘게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이번 개관전을 위해 작가 섭외, 리플렛 제작, 작품 디스플레이 등 큐레이터 역할을 했다. 박 대표는 개관전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는 부산사랑의열매에 기부할 계획이다.
“젊은 작가들이 미대 석사학위를 따려면 40평 이상 전시 공간에서 석사학위청구전을 열어야 합니다. 다른 곳보다 저렴한 비용만 받고, 청년 작가들의 석사학위청구전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범향빌딩(부산진구 중앙대로 749) 정면에 높이 4m에 달하는 알루미늄 재질의 대형 조각을 세울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도 참여하는 김종선 작가의 ‘배를 들고 있는 흰토끼’ 작품을 오는 3월 말 설치할 예정이다. 삭막한 서면 일대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인데 조각이 설치되면 서면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박 대표는 한국유조선사협회 회장,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부회장, 부산국제영화제 후원회 수석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