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할매FC에서도 뛰겠다는 그녀를 응원합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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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축구해요, 일주일에 여덟 번요 / 이지은

축구만큼 사람을 열광(熱狂)하게 만드는 운동이 또 있을까. 하지만 막상 실제로 해 보면 발로 하는 축구는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여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이제는 옛말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 <취미로 축구해요, 일주일에 여덟 번요>의 저자는 짐작대로 여성이다. 그것도 곧 마흔이 되는 16년 차 경력의 여성 출판편집자다.

그녀가 직접 운동장에서 발로 뛰고 몸으로 부대끼며 땀내 나는 기록을 써 내려갔다. 장담컨대 단순히 책 낼 생각이었으면 이렇게는 절대 못 한다. 점심시간에 리프팅 연습을 하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발각되고, 업무상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골 넣는 영상을 자랑하기도 한다. 감격스러운 데뷔골을 넣고는 손에 손잡고 강강수월래까지 했다나.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편집자 일을 하다 보니 글을 잘 쓰는 건지, 글을 잘 써서 편집자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는 타이밍 싸움, 박자 싸움이다. 상대 박자를 따라가면 안 된다. 남 박자 따라가지 말고, 자기 박자와 타이밍을 지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축구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들을 밑줄 긋게 만든다.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느냐고? 지금처럼 살든가, 그게 아니라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전혀 다른 맥락의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가장 미숙했던 시절, 나를 응원하고 견뎌 준 친구들처럼 자신도 누군가의 용기에 응원을 얹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태도는 ‘끈질김’과 ‘들이대기’다. 세상만사 비슷하지 않을까. 70대가 되면 할매FC에서 뛰겠다는 그녀를 응원한다. 이지은 지음/북트리거/212쪽/1만 6800원.


<취미로 축구해요, 일주일에 여덟 번요> 표지. <취미로 축구해요, 일주일에 여덟 번요>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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