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중심 '햄버거집'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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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이미지.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이미지.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시시각각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야광 응원봉'을 들고 나와 흥겨운 K팝 음악의 비트에 맞춰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모습을 두고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라 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집회 현장에 나타나 눈길을 끈 '만두노총 군만두노조',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등의 다양한 패러디 깃발을 조명하며 이번 시위에서 나타난 새로운 방식의 풍자와 해학을 분석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깃발 사진 속 단체들이 '실존하지 않는 곳'이라는 언급과 함께 그 의미도 영문으로 하나씩 풀이해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군 관계자들이 비상계엄 이틀 전 경기도 안산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사실이 알려진 뒤로 한국인들이 만든 각종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까지도 외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주 전·현직 정보사령관의 '햄버거 회동' 의혹이 처음 보도된 뒤, 이들이 만난 장소로 특정된 점포의 카카오맵 후기 창에는 불과 하루 사이에 100여 개가 넘는 리뷰가 달렸다. 심지어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서도 수원의 모 롯데리아 지점이 언급된 일화가 더해지면서, 리뷰에는 '계엄 맛집', '내란 본점' 같은 표현이 잇따라 롯데리아 본사와 점주 측의 '당황스럽다'는 입장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어 누리꾼들은 내란(內亂)과 유사한 발음에서 착안한 '네 란(卵·알이 네 개)'을 소재로 삼아 AI로 만들어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이른바 '네란버거', 말 그대로 빵 사이의 토핑으로 삶은 계란 네 개가 들어간 버거다. 또 '햄버거 회동' 당시 CCTV 영상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는 제복 군인들이 단체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햄버거를 먹는 장면까지 AI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주로 쓰는 포스터의 형식을 빌려온 '비상계(鷄)엄 내란(卵)버거' 패러디를 비롯해, 20여 년 전 배우 신구 씨가 외친 롯데리아 광고 속 대사인 '니들이 게맛을 알어' 역시 '니들이 계엄 맛을 알어'로 업그레이드됐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한국의 '햄버거 회동' 소식을 접한 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쿠데타를 계획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며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일부 이용자는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 CEO 브라이언 톰슨이 지난 4일 총격 피살된 사건을 언급하면서 미국 보험사들의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특히 용의자가 맥도널드 매장에서 얼굴을 알아본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사실을 들어 '비밀 계획이 들통날까 두렵다면 맥도날드에서 그런 거 토론하지마'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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