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의류 또는 휴대전화 정전기 원인?…울산 유류탱크 사고 합동감식
해경, 국과수 등 화인 밝힐 증거물 분석
울산 온산공단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에서 발생한 유류탱크 폭발·화재에 대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울산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고용노동부, 남울주소방서 등은 17일 오전 11시부터 탱크 폭발 현장에서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감식은 지난 10일 사고가 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간 해경은 추가 폭발과 붕괴 우려 등을 고려해 사고 탱크와 주변 탱크에 대한 안전 진단을 벌였다. 사고 탱크에 남아 있던 인화성 석유화학제품 솔베이트가 진화제인 수성막폼과 섞여 딱딱해진 상태라 제거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해경 등은 사고 탱크를 살펴보고 폭발 원인 등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화재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15분 울주군 온산읍 처용리 UTK 내 유류탱크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물 검정업체 케이시스 소속 검정사 A(30대) 씨 등 2명이 솔베이트가 보관된 탱크 상부에서 해치(뚜껑)를 열고 내부에 있던 화학물질의 양을 확인하는 작업(샘플링)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높이 14.6m 탱크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검정사들이 폭발 충격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추후 회사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이 사고로 A 씨가 숨지고, 다른 작업자도 중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탱크 내부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스파크와 만나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특히 사상자 2명이 현장에 투입될 당시 정전기 발생을 방지하는 제전복을 입고 있었던 점을 확인, 제전복의 기능 저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관계 당국은 이들 노동자가 사용한 샘플링 도구나 휴대전화로 인한 정전기 발생 여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다. 유증기는 휘발성이 있는 기름이 기체화한 것으로 인화점이 낮기 때문에 정전기나 휴대전화의 작은 스파크만으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해경은 또 지난 12일 A 씨에 대한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했으며,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한 부상자 진술이 중요하지만, 부상자가 허리뼈를 많이 다쳐 경찰 조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케이시스와 UTK는 최근 사망 노동자 유족과 보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