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위스키' MZ가 따른다
하이볼 열풍으로 입문자 늘어
주류업계, 중저가 위스키 출시
1만 원 미만 초저가 제품 등장
모델·디자인 변화로 이미지 변신
주류업계가 ‘중저가 위스키’를 연이어 내놓으며 2030세대와 가정용 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위스키는 유흥업소 위주에다 고가 제품 일색이어서 ‘비싼 아저씨 술’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러다 ‘하이볼’로 대표되는 ‘믹솔로지’ 트렌드가 생겨났고 업계에서도 ‘산토리 가쿠빈’ ‘짐빔’ ‘메이커스 마크’ 등 입문자용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파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들 제품은 3만 원대 중저가로 이른바 MZ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요즘 2030 주류 문화의 핵심은 단연 하이볼이다. 위스키에 탄산수나 진저에일, 얼음 등을 섞은 칵테일로 각자의 개성을 살린 나만의 레시피를 적용할 수 있어서다. 하이볼 유행에 중저가 입문자용 위스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저가 위스키 인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만 7441t으로 전년(3만 586t) 대비 10.3% 감소했다. 반면, 2021년 1t당 1만 1200달러였던 수입 위스키 평균 가격은 지난해 9100달러로 감소하며 중저가 위스키 수입이 늘었음을 방증했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성장한 국내 위스키 시장이 고물가·고환율로 위축된 것도 주류업계가 중저가 시장에 눈길을 돌린 이유다.
‘스마트오더’라는 새로운 방식의 등장도 젊은 세대의 위스키 진입 문턱을 낮췄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위스키나 와인 등 주류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편의점 등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와인25플러스는 올해 1월 1일~2월 25일 비수도권 매장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3.3% 증가했다. 이는 전국 매출 신장률 98.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와인플러스 매출 1위는 울산의 GS25 편의점에서 나와 비수도권 편의점 매출 향상에 기여했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추세를 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개그맨 신동엽과 협업한 1만 9000원 위스키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이마트는 한 병에 9900원짜리 초저가 위스키를 선보였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이 애주가로 유명한 신동엽과 손잡고 출시한 ‘블랙서클 위스키’는 초도 물량 12만 병을 일주일 만에 소진했다. 블랙서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하이랜드 지역의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한 제품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27일부터 초저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블랙 앤 화이트’를 9900원에 단독 판매하고 있다. ‘블랙 앤 화이트’는 1884년 스코틀랜드에서 출시한 위스키로, 이마트는 국내에서 주로 하이볼 칵테일 용도로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의 변화에 주류기업들도 유흥업소 대신 가정용 위스키를 강화하며 2030 잡기에 나섰다. 부산 대표 위스키인 골든블루 역시 지난해 10월 신제품 ‘골든블루 쿼츠’를 출시하고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골든블루 쿼츠는 골든블루 최초로 가정용 판매 전용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하이볼 등 젊은 세대의 소비문화에 대응하는 제품이다. 최근에는 배우 장기용을 브랜드 모델로 뽑아 마케팅에 나섰다.
박소영 골든블루 대표이사는 “앞으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통해 2030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주류기업인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아이리시 위스키 브랜드 ‘제임슨’에 유명 뮤지션 ‘지코’의 사인이 추가된 한정판을 선보였다. 제임슨은 20여 명의 글로벌 뮤지션의 음악 협업을 지원하며, 위스키와 음악을 융합한 마케팅으로 젊은 세대에 접근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자사 위스키 브랜드 ‘스카치블루’ 라인업에 1만 원대 ‘스카치블루 클래식’을 새로 선보이고 중저가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싱글몰트와 30년산 등 한정판 3종을 출시하고 병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1997년 출시한 스카치블루 브랜드의 오래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기존 스카치블루 브랜드의 새단장 등 국내 위스키 소비자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