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재개' 미·이란, 호르무즈 놓고 힘겨루기 계속
공격 중단 후 카타르 회담 재개
자국 상황 고려, 양측 확전 부담
해협 통제권 해석 차이는 여전
통항 자유까지 장시간 소요 전망
28일(현지 시간) 오만만 연안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토후국의 호르파칸 항구 앞바다에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일단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해협 관리 권한과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고 최근 며칠간 공방을 통해 여전히 저강도로 무력 충돌이 이어질 수 있어 해협 통항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공격과 보복을 중단하고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후속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충돌을 이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양국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일단 멈출 것”이라며 “선박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긴장은 상선 공격에서 시작됐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등에 따르면 지난 25~27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려던 선박 3척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이란이 배후로 지목됐다. 이에 미군은 27일 이란의 방공망과 통신시설, 드론·미사일 기지 등 군사 인프라를 공습했다. 이란은 28일 바레인 주둔 미국 제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 알리알살렘 공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섰다. 이에 양측이 당초 28일 스위스에서 열기로 했던 회담도 취소됐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 재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전은 가까스로 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악화한 경제난을 완화하고 내부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와 고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양국 어느 쪽도 전면전으로 복귀하기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는 양측의 충돌의 원인이 된 MOU 해석 차이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종전 MOU 5조에는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해협 관리 권한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호르무즈해협의 관리와 해상 교통의 완전한 복원은 이란의 책임”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어떤 국가나 기관도 책임이나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해당 문구가 이란에 해협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고 맞선다. 미국은 국제 관습법과 유엔해양법협약 등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같은 국제수로에서는 자유로운 항행과 통과 통항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이 지정한 항로 이용을 요구하고, 미국은 이를 국제법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호르무즈해협은 종전 MOU 이후에도 여전히 팽팽한 힘겨루기로 남게 된 것이다.
통항 정상화를 가로막는 변수는 정치·군사적 갈등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장애물도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살포한 기뢰 때문에 평화 합의가 유지되더라도 해운 통행량이 평시 수준을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이란이 주요 항로에 약 80개의 기뢰를 부설한 것으로 추정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6월 들어 기뢰 목격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한편, 미국 해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기관 연합해양정보센터(JMIC)는 최근 상선 공격이 이어지자 호르무즈해협의 해상안보 위협 수준을 ‘상당함’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고위급 회담에서 미군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이의 직통 연락체계, 이른바 핫라인 설치에도 합의했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측은 교전을 중단하고 선박들이 다시 자유롭게 통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긴장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는 있어도 살얼음판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