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고래가 다 우연히 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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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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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탐독/김형호

동해 탐독/김형호 동해 탐독/김형호

고래고기에 대한 오랜 궁금증이 풀렸다. 고래는 혼획, 즉 다른 어종을 잡다 우연히 함께 걸린 경우에만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고래고기가 정말 그렇게 우연히 걸려든 것뿐일까. 시장이 필요로 하는 고래고기 물량은 연간 200마리, 혼획으로 공급되는 밍크고래는 연간 60~70마리다. 그러면 나머지 물량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밍크고래를 혼획한 어민 289명 가운데 10퍼센트 이상이 두 차례 이상 혼획했다. 두 명은 다섯 번이나 고래를 잡았다. 처음에는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세상에 이런 우연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일까. 고래의 사인은 대부분 익사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고래는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다. 정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호흡해야 한다.

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올라갈 수 없다. 그물을 개방하면 살릴 수도 있지만, 그물을 찢으면 어부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는다.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고래 가격은 수천만 원. 죽을 때까지 기다린 뒤 신고하면 합법이 된다. 고래가 보호 대상이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는 엄격한 보호를 전제로 설계된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해 탐독>은 고래, 가자미, 오징어, 명태, 문어, 대게, 곰치 등 7종의 바다 생물을 통해 관광지나 수산물 산지로만 인식해 온 동해를 다시 보게 만들어 주는 현장 기록이다. ‘어업인들에게 고함은 일상의 말투다. 어두운 밤이나, 새벽, 바다에서는 말소리가 파도와 바람에 묻히고 엔진 소음까지 더해져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함이 습관이 된다. 바다의 말투는 육지에서도 이어진다. 어부의 집에서 오가는 대화는 옆에서 들으면 싸우는 것처럼 들린다.’

우선 오랜 시간에 걸친 꼼꼼한 현장 취재를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글이 살아 있다. 어쩌면 ‘기호네 문어집’에서 자란 어부의 자식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아버지는 문어를 주로 잡은 어부였다. 문어는 글을 아는 생선이라 해서 제사상에 올린다. 먹물을 뿜는 모습이 바다에 글을 쓰는 듯해 ‘무골 선생’이라 부르기도 한다. 농촌에 소를 키워 자식을 키운 우골탑이 있다면, 어촌에는 문어로 자식을 키운 ‘무골탑(無骨塔)’이 있었다니….

문어를 잡기 위해 낚시를 연결해 던지는 연승 어선과 통발 어선이 경쟁해 왔다. 여기에 얼마 전부터 낚싯배를 탄 체험 낚시까지 가세하면서 문어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낚싯배가 잡으면 얼마나 잡을까 싶지만, 문어 낚시의 포획 비중이 10퍼센트를 훨씬 넘는다니 장난이 아니다. 낚시는 단순한 레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어업이 되었다. 그래서 ‘이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차 산업 종사자인 어부와 농부를 비슷하게 취급해 왔지만, 해난 사고를 고려하면 어업은 농업보다 광업에 더 가깝단다. 수산물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올라온 것이니 귀한 줄 알아야겠다.

불편한 이야기가 많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과거에 양식은 항생제 사용과 과밀한 사육환경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무항생제 양식법을 도입하고, 바닷물을 정화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유기 수산업이 등장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김형호 지음/히크메트 카디르 보조크 그림/틈새책방/276쪽/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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