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월 북미 정상회담 가시화 '통북봉남' 우려 현실화하나
한국 배제한 북미 담판 안보 위기 초래
사전 협의 요구·특사 파견 등 개입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자 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1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흐릿하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막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돌연 중단시킨 직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소식이 흘러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으며,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대화는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을 배제한 북미 담판은 자칫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흔들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패싱’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줄곧 문제 삼아 온 을지자유의방패 훈련을 축소하도록 지시한 직후, 전화를 받는 김 위원장의 합성 사진에 ‘우리 사이 괜찮지’라는 자막을 붙여 SNS에 올리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이란 전쟁에 파병하지 않은 한국을 뜬금없이 비판하는 발언도 언론에 쏟아냈다. 그 직후 미국 언론이 정상회담 추진설을 보도했다. 단순한 우연의 연속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미국이 한국을 무시한 채 북한이 요구해 온 군사적 유화 조치를 대화 카드로 활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의 역사에는 없었던, 이른바 ‘통북봉남’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깜짝 쇼’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평양 방문설까지 나온다. 11·3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으로 떨어진 지지도를 북한 카드로 만회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핵 능력을 확장하는 한편,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내걸고 대화를 거부해 왔다. 빗장을 푸는 대가를 높여 온 것이다. 김 위원장을 회담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선물 보따리의 내용은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만약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한미군 조정이나 제재 완화로 이어지면 한반도는 격랑에 휩쓸리고, 한국의 안보 전략도 흔들린다.
정부의 침착하면서도 단호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한은 북미 담판 구도를 만들어 핵보유국에 준하는 지위를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적극 개입해 저지해야 한다. 회담의 의제와 합의 방향, 제재 완화 조건과 군사적 조치의 범위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할 것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특사도 보내고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도 병행해야 한다. 마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일 청와대를 방문한다. 중국에도 중재의 목표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 복귀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통북봉남’이 고착하면 손 쓸 시간을 놓친다. 정부는 더 빠르고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