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미란씨 실종' CCTV 118대 모두 삭제돼…경찰, 2달 뒤에야 열람 요청"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37)씨. 사진 장씨 가족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동료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 씨 사건과 관련해 실종 추정 지점 인근 CCTV 영상이 6월 중순께 118대 전량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 씨가 자취를 감춘 한림읍 일대의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총 118대의 CCTV 모두 실종 당시의 영상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 추정일(5월 13일)이 포함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의 영상은 모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 일자는 6월 11일부터 19일 사이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30일 경과 후 자동 삭제됐다"라고 한 의원실에 회신했다. 제주도는 CCTV 118대의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이며, 시한이 도래해 자동적으로 지워졌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뒤늦게 이 영상을 확보하려 했지만 보존 시한을 한참 넘긴 후였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방범용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한 공문은 지난 19일에야 발송된 것으로 한 의원은 파악했다.
경찰이 CCTV 녹화 영상 열람을 제주도에 의뢰한 시점은 실종 추정일(5월 13일)로부터 98일, 최초 신고일(5월 15일)로부터 96일, 영상이 전량 삭제된 시점(6월 19일)으로부터 61일이 지난 후였다.
한 의원은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 소재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는 CCTV가 경찰관의 종결 처리로 사라져버렸다"라며 "5월 15일 최초 신고 당시에는 118대 영상이 전부 보존돼 있어 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태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사법 제도는 모든 수사관이 유능하고 성실하리라는 전제 위에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 한계 때문에 이중·삼중의 장치를 둔 것이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보완수사권이었다"라며 "민주당은 대안 없이 그 장치를 걷어냈다. 결국 부실한 초동수사를 걸러낼 장치는 사라지고 그 대가는 피해자와 가족의 몫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늦은 오후부터 13일 새벽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집을 나선 후 실종됐다. 이틀 뒤인 15일 장 씨와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야간 근무자로 최초 신고를 받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실종자와 직접 연락이 돼 안전을 확인했다'라는 취지로 상사에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경장은 지난달 2일에도 60대 남성 실종 사건을 장 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허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실종 51일 만에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2일 A 경장을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동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