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어부산 공중분해의 문제점과 책임 소재 반드시 따져야
시민 외면 대한항공, 자사 이익만 좇아
20년 지역 항공사 소멸 책임도 물어야
25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시민이 키운 에어부산이 이름과 정체성마저 잃을 공중분해 위기다. 2007년 첫출발을 떠올리면 ‘지역 항공사’의 이런 결말은 어처구니없다. 에어부산은 신공항 유치를 위해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이 모이면서 탄생했다. 부산 12개 기업과 부산시가 자본금을 대 2007년 부산국제항공이 설립됐고, 이듬해 아시아나항공이 참여하며 에어부산이 현재 사명을 얻었다. 시민들도 에어부산을 이용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설립 1년이 안 돼 탑승객 100만 명을 돌파하더니 3년 차에는 흑자 기업으로 거듭났을 정도다. 그렇게 20년을 부산과 함께한 에어부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가게 하나를 사고팔아도 권리금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에 쏟아부은 부산의 애정과 노력은 보상은커녕 철저히 외면받았다. 대한항공은 ‘에어부산 존치’ ‘에어부산 분리 매각’ 등 주요 국면마다 터져나온 시민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조원태 회장은 수차례 “분리 매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지분율을 41.92%에서 58.40%로 높여 혹시 모를 가능성마저 차단했다. 그렇게 에어부산과 진에어·에어서울 등 3개 LCC 통합은 대한항공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지분율이 16%대인 부산시와 부산 기업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에어부산 흡수 과정이 철저히 모회사 이익에 맞춰 진행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LCC 3사 합병에서 에어부산의 실질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곽 의원에 따르면 합병가액 산정에서 에어부산은 진에어 1주당 0.2862684주 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어부산의 자산과 수익성, 전략적 가치 등을 따져볼 때 터무니없는 가치 평가라는 게 곽 의원 주장이다. 이 일만이 아니다. 에어부산은 수년간 주식 수를 세 배가량 늘리고, 주가 하락에도 손을 놓고 있는 등 일반 주주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태를 반복했다.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을 합병한 과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돌아보면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 핑계도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정부와 산업은행, 부산시가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동안 대한항공이 법적 테두리를 계속 높인 결과다. 시민들이 ‘애정’에서 시작해 ‘존치’ ‘분리 매각’까지 20년간 에어부산을 놓지 못한 것은 제대로 된 공항을 갖춘 국제관문도시가 부산을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때문이다. 부산에 거점항공사 문제는 끝까지 풀어야 할 숙제다. 부산 정치권과 상공계,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총력 체계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이유다. 부산 시민이 힘 모아 키운 지역 항공사가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 일은 언제가 되더라도 책임을 따져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