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은 ‘채무조정 확정자’ 상반기에만 10만 명 육박
개인워크아웃 등 9만 7199명
3년 만에 50% 넘는 급증 추세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 커져
기준금리 인상에 더 늘어날 듯
캠코, 취약계층 대상 재기 지원
서울 서초구 일대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 연합뉴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을 받은 서민이 올해 상반기에만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체자가 크게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연속 인상하고 나선 만큼 서민의 대출금리 부담이 더욱 커져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신용회복위원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속채무조정·사전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을 합한 채무조정 확정자는 9만 7199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 년간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12만 1095명에서 2023년 16만 7370명, 2024년 17만 4841명, 지난해 18만 9062명으로 증가했다. 불과 3년 만에 56.1% 증가했다.
상반기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체 9만 7199명 중 대부분은 개인 채무조정(8만 5044명)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가 1만 2155명으로, 이들의 전체 채무액은 5조 7426억 원에 달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신속채무조정·사전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으로 나뉜다. 연체기간이 30일 이하인 경우 신속채무조정 절차를 밟는다. 이보다 연체기간이 길면 사전채무조정(31∼89일)·개인워크아웃(90일 이상) 제도가 활용된다.
연체 초기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신속채무조정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확정자는 2022년 1만 6766명에서 지난해 5만 3551명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 7003명이 신속채무조정을 확정받았다.
특히 고령층의 신속채무조정 증가세가 가파르다. 70대 이상은 2022년 239명에서 지난해 1684명으로 7배 이상으로 늘었다. 60대도 같은 기간 1015명에서 5339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70대 이상(1008명)과 60대(2800명)의 비중은 전체의 14.1%다.
장기 연체자인 개인워크아웃 확정자도 2022년 8만 952명에서 지난해 9만 9912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도 5만 5213명이다. 특히 2분기는 3만 54명으로 최근 5년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채무조정을 받은 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취약차주가 재차 생계자금을 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반기 성실상환자 소액대출 신청은 2만 6703건(788억 3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신청건수는 1만 4893건(470억 1900만 원)으로 이 역시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다.
박 의원은 “취약차주가 연체와 재차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선제적 재무관리와 재기 지원 대책을 종합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단순히 빚을 조정하고 다시 대출해주는 방식의 사후처방에 머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캠코는 정부의 포용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새도약기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장기연체채권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2차 특별소각을 실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특별소각 대상은 20년 이상 연체되고 7년 이상 상환 이력이 없는 채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캠코는 1차 특별소각보다 완화된 소득 심사 기준을 적용하되 상환능력을 면밀히 심사해 채무관계인을 포함한 약 3만 8000명의 채무를 면제했다. 캠코는 지난해 12월 1차 특별소각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7000억 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고 약 2만 명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 바 있다.
정정훈 캠코 사장은 “오랜 연체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온 분들이 이번 특별소각을 계기로 온전히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캠코는 엄정한 심사를 바탕으로 지원이 필요한 취약채무자를 세심하게 살피고, 채무 부담 완화가 실질적인 경제적 재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