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다툼 정리할 기구 없이 중수청부터 ‘개문발차’ [새 형사사법체계 대혼란]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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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사 공백 경고등

경찰·중수청 등 관할 구분하는
수사권관할조정 내년 2월 시행
최소 4개월 이상 법적 근거 공백
경찰 종결 사건 사후 점검하는
불송치심사부는 인력 줄어 한계

10월 2일부터 기존 검찰청이 공소청·중수청 체제로 개편되면서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부산 연제구 부산검찰청 모습. 부산일보DB 10월 2일부터 기존 검찰청이 공소청·중수청 체제로 개편되면서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부산 연제구 부산검찰청 모습. 부산일보DB

다음 달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제도 공백으로 인해 ‘형사사법 사각지대’가 우려된다. 관할이 겹치는 사건을 조정할 수사기관간의 협의체는 내년 2월에야 가동되고, 경찰 불송치 사건을 사후 점검할 조직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몸집이 줄었다. 여기에 인력 충원마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쳐, ‘개문발차’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수사기관 간 관할 다툼을 조정하기 위해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한 제197조의4(수사의 경합) 신설 조항이 포함됐다. 중수청, 경찰 등 관할이 겹치는 사건이 생기면 수사기관이 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협의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 방식은 아직 대통령령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관련 조항의 시행일도 내년 2월 5일로 늦춰져 있다. 공소·중수청이 출범하는 다음 달 2일 이후에도 약 4개월 동안 기관 간 관할 다툼을 조정할 법률상 협의회가 가동되지 않는 셈이다.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에도 검찰·경찰·공수처가 ‘3자 실무협의회’를 꾸렸지만 구속력 없는 임의기구에 그쳤다는 비판이 높다. 이번에도 협의회가 실제로 가동되기 전까지는 경합 사건 처리를 현장 협의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은 중수청에서 이첩 요청을 하고, 그게 아닌 경우 경찰에서 수사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관할을 명확히 해야 할 민감한 사건일수록 기관 간 유불리 계산에 따라 서로 떠넘기거나 서로 맡으려는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사후 점검하는 기구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조직으로 출발하게 됐다. 법무부는 명칭 논란이 일었던 ‘사법통제부’를 ‘불송치심사부’로 바꾸기로 했다. 이 부서는 경찰이 혐의없음 등으로 종결한 사건의 적법성·적정성을 사후 점검해 사건이 그대로 묻히는 ‘암장’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직제안에서 차장검사급 직위 3개와 8개 부서를 추가로 폐지하는 등 실제 인력을 대폭 줄였다. 민원인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해도, 이를 들여다볼 인력 자체가 부족해 심사가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전문 인력 부족 문제도 우려된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성과계획서’에서 회계·금융분석·디지털포렌식 등 전문 수사 인력에 대해 민간보다 낮은 처우와 전문 교육기관 부재로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고 스스로 전망했다. 기소를 맡을 공소청 역시 검사 정원이 현행의 80~85% 수준(1900명 안팎)으로, 수사관은 68.6%(2048명)가 줄어든 채로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 양쪽 모두 준비 부족 신호가 겹치면서, 고난도·전문 지식이 필요한 서민 피해 사건일수록 대응력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부족 우려는 부산에서 더 클 수 있다. 부산지검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건접수 건수는 84만 54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4%나 증가해 최근 3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부산중수청은 부산·울산·경남을 관할하며 322명 규모로 출범해 항만·물류·금융·조선·방산·대형 산업재해 등 지역 특화 범죄까지 전담해야 한다. 전국 단위 인력난 속에서 지방은 전문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데다 광역 관할에 따른 접근성 문제까지 겹쳐, 출범 초기 수사 공백이 서울보다 부산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법조계 관계자는 “부산중수청은 부산뿐 아니라 울산과 경남까지 관할하는데, 충분한 인력과 경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광역 사건을 맡으면 수사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출범 초기 수사 공백은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더 체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끝-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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