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강호 흔들렸지만 신흥 효자 떴다…AG서 바뀐 ‘금빛 지형’
펜싱·e스포츠 금맥 이어가
수영·양궁·탁구 기대 못 미쳐
구기 결승 한일전 전승 행진
황서현·강준이 10대 스타 등장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9개로 대회를 마친 ‘팀 코리아’의 금메달 지형은 크게 요동쳤다. 펜싱, 근대5종은 지난 대회에 이어 ‘메달밭’의 지위를 탄탄히했지만 양궁, 수영 등 전통의 효자종목의 부진은 아쉬웠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구기 종목은 일본 안방에서 잇달아 한일전 승전보를 전하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20일 일본 아이치현 안조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성승민이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신흥 강자 펜싱·근대5종·e스포츠
펜싱은 금메달 4개로 항저우의 6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오상욱과 송세라가 팀을 이끌었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올랐고,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 4연패를 달성했다. 부산시청 송세라는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수확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도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힘을 보탰다. 금메달 수는 줄었지만 남녀 사브르와 여자 에페에서 정상급 경쟁력을 이어갔다.
‘근대5종은 항저우에 이어 금메달 2개를 따내며 효자종목의 입지를 굳혔다. 남자 단체전이 2연패를 달성했고, 성승민은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개인전 정상에 섰다. 남자부 중심이던 금메달 경쟁력이 여자부로 확장됐다.
2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혼성 리그 오브 레전드 결선 시상식. 이상혁이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e스포츠도 대전격투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우승하며 두 대회 연속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항저우의 성과를 재현하며 꾸준히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카누는 금메달 2개를 보탰고, 테크볼과 쿠라시에서도 새로운 금메달이 나왔다. 골프에서는 김주형이 남자 개인전에서 16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일본 안방서 빛난 구기 종목
구기 종목은 금메달을 결정짓는 결승전서 개최국 일본에 무패행진을 달렸다. 야구는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5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남녀 농구와 여자 핸드볼은 한일전 승리로 정상을 되찾았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농구는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꺾고 12년 만에 우승했다. 귀화 선수 없이 이현중을 중심으로 한 공격과 이승현·장재석 등 베테랑의 골밑 수비를 앞세워 6전 전승을 거뒀다. 여자 농구도 일본을 75-70으로 제압하며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을 완성했다. 남자 3 대 3 농구 우승까지 더해 농구 금메달 4개 중 3개를 가져왔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이현중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걸고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핸드볼은 우승을 가른 풀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27-23으로 꺾고 6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항저우 결승의 19-29 패배를 설욕하며 8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남자 축구도 4일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 엄지성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4연속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떠오른 새로운 별
10대 선수들은 맹활약으로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혔다. 17세의 여고생 황서현은 여자 평균대에서 우승하며 여서정의 도마 금메달과 함께 한국 여자 체조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17세 스케이트보더 강준이도 남자 스트리트에서 한국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에 출전해 각각 평균대와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서현(왼쪽)과 여서정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트에서는 중학생 14세 최지운이 소년부 딩기 정상에 섰다. 마지막 두 레이스를 앞두고 종합 4위였지만 1위와 2위를 잇달아 기록하며 역전 우승했다. 전날 남자 딩기에서 개인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딴 하지민(해운대구청)과 요트에서 2개의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16년 동안 아시아 정상급 기량을 지킨 베테랑과 10대 챔피언의 동반 우승은 한국 요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4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 끝에 첫 금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클라이밍에서는 3년 전 항저우에서 은메달로 아쉬움을 삼켰던 스포츠 클라이밍 간판 서채현이 금빛 등반에 성공했다. 주 종목 리드에서 유일하게 출전 선수 중 정상을 밟아 금메달을 따냈다. 볼더링에서도 동메달로 2개의 메달을 땄다.
■수영 사격 양궁 부진 ‘흔들린 효자’
39개의 금메달로 목표였던 40개의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는 효자 종목의 부진이 자리한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수확하며 금빛 물살을 갈랐던 수영은 이번 대회 금메달이 1개에 그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이 대거 재출전하며 다관왕에 도전했지만 항저우 3관왕 김우민이 어깨를 다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도 자유형 200m 은메달에 머물렀다. 신예 김영범이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간판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21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50m 개인 자유형 결승.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한국 김영범(오른쪽)과 3위로 통과한 지유찬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던 탁구는 동메달 3개에 그쳤고, 단식과 남녀 복식 모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역도도 박혜정의 은메달 하나에 머물렀다.
양궁의 위상이 흔들린 점은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이다. 이우석의 리커브 남자 개인·단체전 2관왕과 김종호의 컴파운드 개인전 우승으로 금메달 3개를 챙겼다. 당초 10개의 금메달 석권을 기대했지만 중요한 경기마다 인도에 덜미를 잡히며 아시아 양궁 수준의 ‘상항 평준화’를 실감했다. 여자 리커브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여자 단체전 8연패도 무산됐다.
‘국기' 태권도는 윤규성·정하은의 남녀 품새 우승에 송다빈의 여자 67㎏ 초과급 금메달을 더했다. 다만 겨루기 금메달은 송다빈 한 명에게서 나왔다. 파리 올림픽 챔피언 김유진이 8강에서 탈락하는 등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유도 역시 개인전 우승은 여자 57㎏급 허미미가 유일했다.
나고야(일본)=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