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겼다 드러나기 반복… 반구대 암각화 ‘이끼 지도’ 만든다
울산시, 정밀사진·초분광 데이터 구축 착수
도상 312점 등 324점 4000만 화소 촬영
세척 전후 비교로 생물 오염 변화 추적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위치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부산일보 DB
반구대 암각화를 품은 대곡천. 대곡천은 전형적인 감입곡류(嵌入曲流)형 하천으로 높은 산 사이사이를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간다. 울산시 제공
큰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되풀이하는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의 암면 상태를 정밀 진단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암면에 낀 이끼 등 생물이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수치로 기록해 보존 관리의 기준점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정밀사진 및 초분광 데이터 구축’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사업은 올해 국가유산 보수정비 국비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사업비는 1억 5000만 원, 과업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0개월이다.
대상은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11개 암면과 도상 312점(면적 약 144㎡)이다. 선정된 업체는 비계를 설치하고 암면을 세척한 뒤 정밀사진 촬영과 도면 작업, 세척 전후 초분광 촬영·분석을 수행한다. 암각화 전경과 도상별 사진 등 324점을 4000만 화소 이상으로 촬영해 기록 보존용과 전시·교육용 파일을 따로 만들고, 전체·도상별 도면도 작성한다.
핵심은 초분광 촬영이다. 가시광선과 적외선 등 빛의 파장대별 정보를 쪼개 분석하는 기법으로, 맨눈으로는 가려내기 어려운 변색이나 생물 오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울산시는 세척 전 암면 균열과 생물 피해를 먼저 파악한다. 이후 세척 전후로 암면을 두 차례 촬영해 생물 분포 변화를 비교하고, 기존 조사 자료와도 대조할 예정이다. 이번 과업에는 일회성 조사로 끝나지 않도록, 향후 상태 변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지표 마련도 포함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끼 등이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 퍼져 있는지 확인해 향후 보존·관리의 기초 자료로 쓰겠다”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를 이루는 상류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지난해 같은 조사를 마쳤다. 물에 잠기지 않는 천전리는 당시 생물 오염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구대 조사까지 끝나면 하나의 세계유산 안에서 침수 여부에 따라 암면 생물 오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갖춰진다.
국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산시 제공
반구대 암각화 3D 실측도면.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제공.
대곡천을 따라 약 3km에 걸친 ‘반구천의 암각화’는 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후 9세기까지 여러 시대의 바위그림이 모인 유산이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의 중심 암면(높이 약 4.5m·너비 약 8m)에는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등 7종 이상의 고래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 작살로 고래를 잡아 해체하기까지의 과정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인의 뛰어난 예술성과 독창적인 해양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대곡천 변 절벽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 당시부터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보다 앞선 1965년 울산에 용수를 대려고 암각화에서 약 4.5km 하류에 사연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수문이 없는 사연댐의 만수위는 해발 60m로, 해발 53~57m에 위치한 암각화는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잠기기 시작한다. 지난해 세계유산 등재 일주일 만에도 집중호우로 침수돼 36일 만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며 풍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809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 3개를 설치하고 취수시설을 새로 만들어 수위를 52m 아래로 유지할 계획이다. 올해 4월 실시설계를 마쳤으며, 국가유산청은 완공되면 연평균 38일가량인 침수 기간이 하루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7월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수문이 완공된 뒤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근본 대책을 둘러싼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